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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뛰쳐나온 SSD의 반란 "산업 현장 노린다"

‘레드오션’ SSD 시장, 임베디드로 돌파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SSD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128GB 제품은 7만원 대에, 256GB 제품을 14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일부 해외 구매 등을 이용하면 500GB 제품도 30만원 내외에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싸졌다. SATA3 규격 제품의 경우 병목현상 때문에 읽고 쓰는 속도를 무작정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양많고 값싼’ SSD로 소비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 256GB 전성기에 32GB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샌디스크가 26일 한국에서 최초 출시한 SSD인 Z400s는 여러 면에서 특이하다. 먼저 SSD 가격이 금값이나 다름 없었던 7~8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용량인 32GB나 64GB 제품이 보인다. 내부 플래시 메모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TBW(보증쓰기용량)도 32GB 제품은 20TB, 64GB 제품은 40TB에 불과하다. 2015년에 나온 신제품 치고는 빈약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런 의문은 이날 행사장을 찾은 샌디스크 제품 마케팅 총괄이사 클리프 선의 설명으로 풀린다 .클리프 선 이사는 “기존 SSD는 데스크톱PC나 노트북, 투인원(2-in-1) 제품만 바라봤다. 하지만 Z400s는 보급형 PC나 노트북은 물론 디지털 사이니지, POS, CCTV 등 PC를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제품까지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64GB 이하 제품은 대형 디지털 간판이나 편의점·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POS(포스) 시스템 등에 쓰라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컴퓨터 기반 기기에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대신 굳이 비싼 SSD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샌디스크코리아 조승보 상무의 설명은 다르다. 현재 컴퓨터 기반 임베디드 기기에 주로 쓰이는 저장장치는 500GB HDD다. 씨게이트, 도시바 등 HDD 제조업체도 내심 버리고 싶은 시장이지만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면서 공급하는 구조다. 여기에 SSD를 쓰면 꼭 필요한 용량만큼만 저장장치를 달 수 있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조승보 상무는 “현재 국내에서 만든 디지털 사이니지와 POS 등 기기의 80%는 수출하기 때문에 전체 제조 비용을 내릴 수 있어 경쟁력을 낮추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SSD를 쓴다고 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당장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POS기가 고장나서 카드 결제가 안되거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확률은 줄어들 수도 있다.

■ 일반 소비자는 돈 주고도 못 산다?그렇다면 Z400s를 일반 소비자가 용산전자상가 등 시장에서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풀리고 있는 샌디스크 SSD 중 보급형으로 치는 X300s나 X110은 본래 OEM 시장이나 B2B 시장용으로 공급된 것이다. 국내외 유통사가 이들 제품을 낱개로 판매하는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Z400s 역시 B2B 시장을 노린 제품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X300s와 X110을 공급하는 국내 유통사가 Z400s를 들여올 가능성은 적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제품의 판매를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Z400s가 철저히 가격 대비 성능을 노리고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최고사양 제품인 256GB 제품은 초당 최대 읽기 속도가 520MB/s, 최대 쓰기 속도는 330MB/s에 불과(?)하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능에 큰 가치를 두는 국내 소비자라면 반기지 않을 법 하다. 이에 대해 샌디스크는 “쓰기 작업보다 프로그램 실행이나 동영상 재생 등 읽기 작업이 많은 일반 소비자의 패턴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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