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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는 노트북 킬러다

포스트PC로서의 태블릿이 가야할 방향 제시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패드 프로를 직접 선보이고 있다.

(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애플이 마침내 12.9인치 크기의 대화면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단순히 화면만 3인치 가량 커진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태블릿이 탄생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빌그라함 시빅 오디토리움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패드 프로를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지금까지 출시된 아이패드 중 가장 큰 화면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 iOS 제품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 A9X가 탑재됐다. 가격도 32GB 모델이 799달러로 지금까지 출시된 아이패드 중 가장 비싸다. 한 마디로 애플이 만든 가장 강력한 태블릿이라는 이야기다.

이외에 800만화소 카메라, 802.11ac MIMO, 애플의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ID 등을 지원한다. 화면이 커진 만큼 무게는 600g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이는 9.7인치 크기의 1세대 아이패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두께는 가장 얇은 아이패드 에어2(6.1mm)보다 약간 더 두꺼운 6.9mm다. 전용 액세서리로 스마트 키보드 커버와 애플 펜슬을 지원한다.

애플이 고유 제품명에 프로라는 수식어를 붙일 경우, 그것은 전문가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전문가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이는 태블릿이 그동안 지적받아온 한계점과도 관계가 있다. 태블릿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기기일 뿐, 생산하는데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태블릿 등장 이후 완전히 사장돼버릴 것 같았던 노트북 시장이 생각보다 잘 버텨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이 한 몫했다.

아이패드 프로에 스마트 키보드 커버를 장착한 모습

노트북 무찌를 창과 방패 “스마트 키보드 커버, 애플 펜슬”

이제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선보임으로써 이러한 편견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 크기는 12.9인치로 사실상 13인치로 봐도 무방하다. 13인치는 현재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메인 스트림에 해당하는 화면 크기다. 정확히 노트북을 겨냥했다.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하기 힘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키보드의 부재였다. 그러나 애플은 마치 서피스 프로를 연상시키는 전용 스마트 키보드 커버를 함께 발표했다. 게다가 화면이 커진 만큼 소프트웨어 키보드 역시 풀 사이즈 자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사용하기 더욱 편리해졌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와 키보드 연결을 위해 새롭게 도입된 인터페이스인 ‘스마트 커넥터’는 써드파티 업체에 의한 더 많은 액세서리의 등장을 짐작케 한다.

아무래도 아이패드 프로 자체가 무겁고 면적이 크기 때문에 들고 쓰기 보다는 책상에 올려놓고 써야 한다는 점에서 키보드의 등장은 여러모로 적당한 선택이다. 커버 역할을 겸용하는 얕은 두께의 키보드지만 애플 특유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설계로 눌리는 느낌을 극대화했다. ‘돔 스위치’라고 이름 붙여진 새로운 키보드 설계는 앞서 12인치 맥북에서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얇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전용 스타일러스 펜인 ‘애플 펜슬’이 함께 공개됐다.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은 많지만, 이처럼 세밀하고 완벽하게 움직이는 스타일러스 펜 액세서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스타일러스 펜은 키보드가 붙어있는 노트북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키보드가 노트북에 버금가는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준다면, 애플펜슬은 노트북을 뛰어넘는 콘텐츠 생산 능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애플 펜슬’

MS, 어도비와 손잡다

애플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를 보게될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어도비 역시 애플에게는 늘 모자르고 멀리하고 싶은 친구였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로 노트북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위해 이들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원래 이 분야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을 다시금 상기 시켜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 사용자들이 노트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오피스와 포토샵이다. 아무리 아이패드 프로의 성능이나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용자들은 자신이 익숙한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패드 프로는 iOS9의 새로운 기능인 화면 분할을 이용해 PC보다 더욱 쉽고 간편하게 각종 문서나 이미지 편집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을 통해 선보였다. 워드와 엑셀 그리고 파워포인트를 넘나들며 대단히 손쉽게 작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토샵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이미지 보정 및 편집이 가능한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줬다. 이는 매우 직관적이며 작업 속도가 더욱 빠를 뿐 아니라 더욱 쉽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iOS가 콘텐츠 생산을 위해 최적화 된 운영체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한적인 멀티태스킹 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PC운영체제에 비해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애플 펜슬’ 새로운 무기는 노트북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