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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집이 최고?" 비뚤어진 애정이 불러온 댓글전쟁

이스트소프트·반디소프트도 ‘속앓이’

압축프로그램을 비교하고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된 기사가 뜻하지 않은 댓글 전쟁을 일으켰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압축프로그램을 비교하고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된 기사가 뜻하지 않은 댓글 전쟁을 일으켰다. 댓글을 통해 비난을 당하는 회사도, 칭찬을 받는 회사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압축프로그램 팬의 비뚤어진 애정이 불러온 사태다.

반디집 선정되자 “최종선택이 잘못됐다”

논란의 계기를 제시한 것은 케이벤치가 12월 15일자로 보도한 기사인 ‘파일압축 프로그램,어떤것을 사용해야할까? 8종 벤치마크 테스트‘다. 이 기사는 국내에 잘 알려진 압축 프로그램 8종을 이용해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압축한 후 속도와 압축률을 비교하는 벤치마크 내용을 담았다.

해당 기사에서는 속도와 공개 라이선스, 설정 난이도 등을 이유로 반디소프트가 개발한 압축프로그램인 반디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기사가 공개된 날 오후부터 한 독자(이후 편의상 ‘A씨’로 표기)가 “기사에서 최종선택을 반디집으로 한 것은 잘못되었다”며 댓글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A씨는 댓글마다 “반디집은 CPU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고 알집 고유 포맷인 EGG를 폄하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암호화 방식 역시 뒤떨어졌다”며 주장했다. 여기에 네티즌들이 반발하자 계속해서 반박댓글과 반론이 이어져 현재 해당 기사 댓글란은 ‘전쟁 상태’다. 그는 23일 오전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 A씨가 남긴 댓글 중 일부.

“PKZIP이야말로 진정한 압축 프로그램”

댓글란에 남겨진 ID로 추적한 그의 행적은 상당히 흥미롭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4년을 전후해 각종 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와 IT 매체에 출몰하기 시작한 A씨는 2013년 공유기 안테나 문제를 들어 국내 특정 제조사를 비방하는 댓글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1년 이후에는 알집을 비판하는 블로그, 혹은 알집 대신 다른 압축 프로그램을 권하는 기사나 블로그마다 나타나 비방 댓글을 달았다. A씨는 포털에 개설한 블로그에서도 일관되게 반디집을 비판한다.

A씨가 높게 평가하는 PKZIP은 사실상 사장되다시피한 압축 프로그램이다.

그런 A씨가 유일하게 칭찬하는 압축 프로그램은 만들어진지 20년도 넘은 ZIP 파일의 원조격 프로그램인 PKZIP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멀티코어, 64비트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고 암호화 방식도 비표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씨가 달고 다니는 댓글에는 특징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알집을 정말 칭찬하고 싶어서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반디집을 깎아내리기 위해 알집의 편을 드는 것 같다. PKZIP만 지원하는 압축 파일을 풀지 못한다는 게 반디집에 반감을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트소프트·반디소프트도 ‘속앓이’

본의 아니게 비방 댓글에 말려든 반디소프트는 23일 씨넷코리아와 전화통화에서 “댓글을 달고 다니는 A씨의 행동은 이번에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모니터링을 통해 알고 있었다. 포털 등을 통해 검색해 보면 항상 해당 ID가 보이며 블로그마다 다니면서 댓글을 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이벤치의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단 이유에 대해 묻자 “A씨의 잘못된 주장에 대한 해명글을 웹사이트에 올릴 수도 없어 그동안 곤란했다. 하지만 A씨가 사실이 아닌 잘못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어서 다른 분들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공식적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반디소프트는 “A씨의 행동은 이전부터 모니터링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소프트 역시 당혹스러운 눈치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A씨는 이스트소프트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민감한 내용이라 내부에서도 조사해 보았지만 댓글을 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스트소프트가 공식 작성한 댓글은 단 하나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식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이후 해당 이용자의 반응이 잠잠해져서 현재로서는 추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A씨가) 다른 커뮤니티나 웹사이트에서도 같은 행동을 하시는 것은 삼가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케이벤치 “논란의 여지 없는 기사, 후속 보도 낼것”

케이벤치가 실시한 벤치마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벤치마크 내용이 압축률과 속도에만 초점을 맞췄고 이미 압축이 끝난 동영상 파일 위주로 이루어졌다. 공정하거나 고른 기준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디소프트 역시 인정했다. 반디소프트 관계자는 “압축 프로그램 성능에는 변수가 많다. 해외 매체에서 실시하는 벤치마크도 텍스트 파일, 동영상 파일, 사진 파일 등 다양한 파일을 압축한다. 케이벤치의 벤치마크는 그런 점에서 약간 단순한 감이 있어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기사를 작성한 케이벤치 최재연 기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케이벤치는 어떤 압축프로그램이 하드웨어를 잘 활용하여 좋은 성능을 보이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결론은 명백하며,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어 굉장히 유감입니다.

그러나 어떤 압축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인가에 대한 의견은 기사를 보시는 모든 분이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의견은 소수의견이라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속기사에서 이 부분을 다시 한번 다룰 예정입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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