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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기술이 만든 착각 "공항인 줄 알았는데⋯"

1억 2천만 화소 카메라, 8K 체험 영상 ‘압권’

진짜 공항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이런 공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상하이(중국)=권봉석 기자>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항공기와 보딩 브리지. 벽 한 쪽에 보이는 전광판은 연신 출발하는 항공편을 알려준다. 주위 사람들도 창밖을 바라보며 풍경에 감탄한다. 누구나 사진만 본다면 진짜 공항으로 착각할 만 하다.

그러나 이 풍경에는 한 가지 거대한 속임수가 숨어 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실제 공항이 아니다. 바로 캐논 상하이 엑스포 2016 1층 전시장에 마련된 전시물이다. 5천만 화소 센서를 장착한 캐논 EOS 5DS와 특수 프린터로 사진을 찍어낸 다음 이어 붙인 ‘가짜’다.

고해상도 사진·고품질 프린터가 만든 환상의 공항

가상 공항을 만드는데 쓰인 특수 프린터. 12색을 동시에 인쇄한다.

캐논은 렌즈, 센서 등 카메라 카메라 기반 기술 뿐만 아니라 가정용·업무용 잉크젯 프린터와 포토 프린터 등 인쇄 기술까지 갖췄다. 비슷한 기업으로 엡손을 꼽을 수 있지만 현재 엡손은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사진을 만들고 인쇄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제조사는 캐논이 유일하다.

공항 전시물 역시 이런 캐논의 기술력이 아낌없이 투입되었다. EOS 5DS로 촬영한 후 가공한 사진을 가로 폭이 40인치인 용지에 12색 잉크로 인쇄 가능한 특수 프린터로 인쇄하고 이음매가 보이지 않도록 절묘하게 이어붙였다. 가까이서 보아도 어디에서 이어 붙였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캐논 프린터로 만든 재미있는 전시물은 또 있다. 높낮이까지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로 찍어낸 사진이다. 정면에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손을 뻗어 만져보면 요철이 느껴진다. 옆에서 바라보면 잔주름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특수 인쇄로 요철을 살려 인쇄된 입체 사진.

1억 2천만 화소 카메라 “렌즈가 못 따라간다?”

전 세계에 단 한 대뿐인 1억 2천만 화소 카메라. 시제품이다.

4천만 화소를 넘는 카메라 중 일반 소비자가 시중에서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카메라는 5천만 화소 CMOS 센서를 장착한 캐논 EOS 5DS와 4천 20만 화소 CMOS 센서를 장착한 소니 알파7R 마크2 뿐이다. 두 기종 모두 압도적인 디테일을 자랑하며 거리에 나가 몇 번만 셔터를 누른 다음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도 충분히 쓸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

캐논이 이번 엑스포에 전시한 1억 2천만 화소(13248×8832) 센서를 장착한 EOS 카메라(개발명 Y038)는 상상을 뛰어넘는 화질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 한 대뿐인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RAW 파일 용량이 200MB를 가볍게 뛰어 넘는다. 결과물을 모니터로 확인해 보면 잔 글자까지 식별이 가능하고 모델을 찍은 인물 사진에서는 메이크업이나 조명으로도 가리지 못한 얼굴의 잔털까지 명확히 드러난다.

1억 2천만 화소로 찍은 다양한 샘플 사진들.

다만 이 카메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비교적 뛰어난 해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L렌즈로도 카메라의 성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중앙에 가까운 부분은 충격적일 정도로 선명하지만 가장자리로 갈 수록 해상력이 떨어진다. 물론 이것은 2천만 화소를 뛰어넘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이기도 하다.

캐논은 이번에 전시한 1억 2천만 화소 카메라 이외에도 이미 2억 5천만 화소짜리 센서를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2억 5천만 화소는 풀HD(1920×1080 화소) 해상도의 125배, 4K(3840×2160 화소) 해상도의 30배 가량이다. 이 센서는 특수 감시용 장비나 방범용 카메라, 혹은 계측기나 산업용 장비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두 센서 모두 현재 개발 단계에 있고 당분간 일반인의 손에 쥐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4K 이상의 현실감을 주는 8K 영상물

유럽 각지를 담은 체험형 영상, ’8K 라이드 익스피리언스’.

초고해상도 카메라가 개발 도상에 있다면 8K 영상 기술은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020년부터 만나볼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8K 중계를 선언하고 나섰고 일본 올림픽 위원회 공식 후원사인 캐논도 이 시점을 목표로 8K 카메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층에 전시된 체험 영상물인 ’8K 라이드 익스피리언스’는 현재까지 캐논이 만든 8K 카메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럽 각지를 2분 길이에 담은 이 영상물은 실제로 현장에서 그 광경을 보는듯한 엄청난 현장감을 준다. NHK가 일본 시부야 스튜디오에서 상영하고 있는 8K 영상보다 디테일이나 명암비에서 훨씬 앞선다.

8K 모니터에 비친 영상(좌)과 실제 사진(우)을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8K 해상도는 7680×4320 화소이며 실제 사진으로 따지면 3천300만 화소에 해당한다. 영상에서 한 프레임을 뽑아내 인쇄해도 여느 DSLR 못지 않은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8K 스튜디오에서 찍어 30인치 8K 모니터에 비친 영상을 찍은 사진과, 스튜디오를 직접 DSLR 카메라(EOS 70D)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봐도 바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8K 카메라도 개발중인 시제품인만큼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8K 라이드 익스피리언스를 재생할 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나 사물은 영상 가장자리에서 영상이 밀리는 듯한 롤링 셔터 현상이 일어난다. 캐논도 이를 의식한 듯 빠른 장면 전환이 없는 비교적 정적인 영상 위주로 영상물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디테일을 준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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