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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 차례차례 무너지는 ODD 업체들

소니는 사업 청산, TSST는 법정관리⋯ 다음은 누구?

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가 ODD 생산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사진은 2월 출시된 내장형 ODD인 SH-224GB)

2004년부터 ODD(광드라이브)를 생산해 온 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가 ODD 생산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써 ODD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라이트온과 HLDS(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만 남았다.

ODD 생산 업체의 잔혹사는 2012년 이후 끊이지 않는다. 2012년에는 소니가 데스크톱·노트북용 ODD 생산 자회사인 소니옵티악을 해산했다. 이후 ODD 시장은 라이트온, HLDS, TSST 등 세 업체가 나눠갖는 형태로 재편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TSST가 ODD 생산을 중단하며 전세계에 ODD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대만 업체인 라이트온, 그리고 일본 히타치와 한국 LG전자가 합작한 HLDS만 남았다.

재기 꾀했던 TSST, 결국 법정관리로

TSST는 2004년 일본 도시바와 한국 삼성전자가 51대 49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회사다. 이 회사는 그동안 PC 업체와 주변기기 업체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ODD를 생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0년만인 2014년 3월, 지분 49%를 ODD 부품 제조업체인 옵티스에 매각하며 ODD 생산에서 손을 놓았다.

이후 1대 주주 도시바, 2대 주주 옵티스를 둔 TSST는 2015년 스마트폰·태블릿용 USB 보조배터리를, 2016년 초 이어폰을 내놓으며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USB 보조배터리는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샤오미 제품에 밀렸고 이어폰은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TSST는 5월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외신에 따르면 TSST는 이미 지난 4월부터 ODD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TSST는 USB 보조배터리, 이어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두 업체인 라이트온과 HLDS는 무사할까. 이 관계자는 “라이트온보다는 HLDS가 더 위험한 상태다”라고 단언했다.

“라이트온은 X박스원 등 콘솔 게임기에 들어가는 ODD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 ODD 제조사인 플렉스터(Plextor) 브랜드로 SSD도 생산한다. 하지만 HLDS는 ODD 말고는 다른 상품이 없다. TSST가 ODD 제조를 포기하며 남은 수요를 흡수하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올 연말 이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대만 라이트온이 플렉스터 상표로 생산하는 SSD.

시대에 휩쓸린 ODD 업체 잔혹사

ODD 제조사가 이렇게 수난을 겪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먼저 ODD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PC 제조사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한 관련 업계 종사자는 “ODD 생산 업체는 매달 500만 대 이상의 제품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본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상당한 수요가 있었지만 ODD가 빠진 넷북이 2008년 등장했고, 2011년 인텔이 SSD를 기반으로 한 울트라북을 들고 나오며 ODD 주문량이 줄기 시작했다. 현재는 월 400만 대도 팔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설명한다.

SSD가 ODD 몰락을 부추겼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슬림 노트북이나 투인원은 운영체제 복구나 재설치용 이미지를 SSD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담아 둔다. 오히려 인터넷 속도가 느려 대용량 설치 파일을 다운받기 힘든 개발도상국에 판매하는 저가 모델에 ODD가 달리는 경우가 많다. 고용량 USB 플래시 메모리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가 보급되며 CD나 DVD를 굽는 사람도 줄었다.

여기에 더 이상 CD나 DVD, 블루레이 등 광매체를 사지 않게 된 소비자들도 ODD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금은 블루레이나 CD를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드물다. 한국 소비자만 해도 음악을 들을때는 음원사이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며 MP3 음원조차 다운받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PC를 조립할 때도 ODD를 추가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업으로 시작해 스트리밍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미 전세계 미디어 시장은 광매체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스트리밍 기반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가 다양한 콘텐츠로 전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아이튠즈를 통한 음악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던 애플도 결국 2015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섰다. 광미디어가 힘을 잃기 시작하면서 ODD 역시 운명을 같이 하게 된 셈이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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