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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 좀 믿어주세요" vs. "믿을 생각 없어, 돌아가"

대세인 TLC로 넘어가고 싶은데⋯ 속 타는 SSD 제조사들

SATA3 방식 SSD 중 MLC 플래시 메모리를 쓴 제품을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인텔이 지난 4월 일반 소비자용 제품인 SSD 540s에 TLC 플래시 메모리를 적용했다. 샌디스크는 올 초부터 소비자용 제품과 OEM 제품에 모두 TLC 플래시 메모리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SATA3 방식 SSD 신제품 중 MLC 플래시 메모리를 쓴 제품은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원가 절감 압박에 떠밀린 SSD

SSD는 2011년 태국 홍수 사태로 WD·씨게이트 등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생산 공장이 침수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주력으로 팔리던 1TB 제품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64GB SSD와 가격 차이가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이후 SSD는 용량을 조금씩 높이면서 대량 생산으로 가격도 낮춰갔다. 2014년 256GB급 제품을 구입하려면 20만원 가까이 줘야 했지만 불과 1년 뒤인 2015년에는 15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같은 제품을 살 수 있게 됐다. 2016년 5월 현재 256GB SSD는 2비트 MLC 제품이 10만원을, 3비트 TLC 제품이 8만원을 오간다.

이런 가격 하락은 SATA3 규격 제품에서 특히 심하다. 성능이 상향평준화되어 대부분 비슷비슷한 상황에서는 단돈 100원이라도 더 싼 제품이 잘 팔릴수밖에 없다. 싸게 팔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고, 원가를 낮추려면 MLC보다는 TLC 플래시 메모리를 써야 한다. 모든 상품이 대중화 과정에서 거치기 마련인 원가 절감 압박은 SSD도 예외가 아니다.

인텔조차 보급형 SSD에 TLC 플래시 메모리를 쓰는 시대가 됐다.

“전부 TLC” vs. “일부는 MLC”

TLC 플래시 메모리는 이제 SSD라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샌디스크는 PC 제조업체 등 OEM에 공급하는 SSD와 보급형 SSD 모두 TLC 플래시 메모리만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샌디스크 수하스 나약 매니저는 “앞으로 샌디스크는 Z410 이후 나오는 모든 주요 SSD에 TLC 플래시 메모리만 쓸 것이다. 현재는 평면(2D)이지만 앞으로는 플래시 메모리를 쌓아 올린 3D 플래시 메모리도 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텔은 MLC 플래시 메모리를 쓴 SSD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인텔 클라이언트 SSD 마케팅 책임자인 데이비드 룬델은 “보급형 시장에서는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 중급 시장에서 TLC SSD는 HDD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내고 SLC 플래시 메모리로 성능을 보완할 수 있다. 고용량 제품에는 주로 TLC 플래시 메모리를 쓰겠지만 MLC도 지속적으로 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초기 단계인 2012년부터 TLC 플래시 메모리를 써 왔던 삼성전자는 이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삼성전자는 저가형 모델인 EVO에는 TLC를 적용하고 고급형 모델인 PRO는 MLC 메모리를 쓴다. 하지만 초기 모델의 펌웨어 문제 덕에 삼성전자 SSD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썩 곱지 않다.

인텔 클라이언트 SSD 마케팅 담당 데이비드 룬델은 “MLC도 지속적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마케팅 논리와 설득 방법이 문제

인텔, 샌디스크,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모든 SSD 제조사는 “TLC SSD를 이제는 믿고 써도 된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SSD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각 제조사가 가지고 있는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막연한 안정성 때문에 TLC SSD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TLC SSD의 상품 의견란, 혹은 리뷰 기사에 대한 댓글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같은 용량의 SSD라 해도 TLC SSD보다 MLC SSD 가격이 더 비싸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TLC SSD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나 유통업체가 ‘TLC SSD는 문제가 많고 불안정하며 MLC SSD가 믿을만 하다’는 논리를 폈는데 이것이 역풍을 맞은 격”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제조사 제품을 깎아 내릴때는 편리한 논리였지만 이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불신에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제조사가 TLC SSD의 안정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평행선을 달린다.

SSD 제조사의 설득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샌디스크 수하스 나약 매니저는 “Z410 SSD는 JEDEC(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이 정한 기준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240GB 제품은 하루에 20GB씩 써도 11년을 버틴다. 쓰기 속도나 수명도 SLC 플래시 메모리를 써서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인텔 데이비드 룬델은 “인텔 자체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신뢰성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업계 표준, 시뮬레이션 결과나 제조사 자체 기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PC나 노트북에 설치했을 때 어느날 갑자기 데이터가 사라지거나 먹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환경에서 테스트한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는 제조사는 아직 없다. TLC SSD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이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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