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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만 대면 열차도, 버스도, 자판기도 OK"

일본 도쿄에서 체험한 애플워치+스이카

JR 신주쿠역에 걸린 애플워치·스이카 광고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이 iOS 10.1과 워치OS 3.1 업데이트에 추가한 기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일본을 위한 대중교통 안내와 애플페이 추가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교통카드, 스이카(Suica) 기능이다.

스이카는 JR동일본이 소니 기술인 펠리카(FeliCa)를 바탕으로 2001년부터 도입한 교통카드다. 초기에는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JR동일본 구간에서만 쓸 수 있었지만 2007년부터는 수도권 내 다른 회사 열차도 탈 수 있게 됐고, 2013년부터는 IC카드 전국 호환이 실시되어 도쿄 뿐만 아니라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에서 쓸 수 있다.

일본판 아이폰7·애플워치 시리즈2만 가능

스이카 기능을 애플 기기에서 쓰려면 일본에서 판매된 아이폰7·아이폰7 플러스나 애플워치 시리즈2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일본이 아닌 한국 등 해외에서 가져온 아이폰7이라도 일본판 애플워치 시리즈2와 연결하면 된다.

아이폰7과 애플워치의 지역 설정을 일본으로 바꾸면 카드 추가 메뉴가 따로 나타난다. 하지만 카드 추가 과정에서 초기 충전할 금액을 애플페이로 결제해야 한다. 한국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도 애플페이에서 거부하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결제가 안 된다.

스이카 앱을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JR동일본이 스이카 기능 추가에 발맞춰 내놓은 아이폰 전용 앱인 ‘스이카’를 설치하는 것이다. 일본 내 주소와 전화번호,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초기 충전할 금액을 결제할 신용카드 번호까지 입력해야 가까스로 스이카 발급이 끝난다.

애플페이와 달리 스이카 앱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 해외 카드 브랜드도 받아준다. 국내 발급된 JCB 카드 번호로 초기 입금해 본 결과 아무런 문제 없이 결제되었다. 이렇게 발급된 카드를 아이폰에서 애플워치로 이동시키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생성된 스이카를 애플워치로 옮기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손목만 가져다 대면 결제 완료

정말로 될까. 도쿄 도심으로 진입한 다음 애플워치를 찬 손목을 개찰구에 가져다 댄지 1초가 채 안되어 “삑”하는 소리가 들리고 게이트가 열린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탭틱 반응도 온다. 애플워치 화면을 보니 ‘대중교통’이라는 표시와 함께 현재 남은 잔액이 표시된다.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다시 개찰구에 가져다 대면 내린 역에서 요금이 빠져 나간다.

애플워치를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스이카로 인식된다.

열차 탑승에서 스이카가 정상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역 안에 널린 자동판매기는 물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애플워치에 내장된 스이카로 결제했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와 마찬가지로 리더 부분에 가볍게 가져다 대기만 하면 바로 돈이 빠져나간다.

거리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도 애플워치 스이카를 인식한다.

플라스틱 카드 스이카는 남은 금액과 이용 이력을 확인하려면 역에 설치된 입금기나 자동판매기를 통해 인쇄 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워치나 아이폰7에 추가한 스이카는 월렛 앱을 실행하면 바로 잔액과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스이카 이용 내역은 애플워치 앱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금 충전은 역보다 편의점, 그러나 불편하다

스이카를 탑재한 애플워치로 여러 곳에서 결제를 시도하다 보니 금새 초기 충전한 1천엔이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스이카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했기 때문에 앱에서 충전할 금액을 고르면 신용카드 결제와 충전이 동시에 된다. 그렇다면 기존 플라스틱 카드처럼 현금으로 충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JR 심바시 역에 있는 IC카드 충전기에서 충전을 시도했다. 충전이나 문제 해결용으로 만들어진 서비스 모드를 활성화한 다음 리더 부분에 올려 놓으면 잔액을 인식한다. 하지만 충전 금액을 선택하는 순간 ‘리더에서 카드가 분리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충전이 중단된다. 몇 번 시도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JR 심바시 역의 IC카드 충전기. 충전 도중 인식에 실패했다.

도쿄 내 관광지인 오다이바로 가는 교통수단, 유리카모메 심바시 역에서 다시 한번 현금 충전을 시도했다. 역무원은 애플워치에 내장된 스이카 충전이 처음인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과적으로 현금 1천엔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유리카모메 심바시 역 창구에서 가까스로 충전에 성공했다.

JR동일본이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편의점을 통한 충전이다. 거리 도처에 널린 아무 편의점이나 들어간 다음 점원에게 스이카 충전을 부탁하면 된다. 포스 기기 화면에서 충전할 금액을 고르고 돈을 낸 다음 서비스 모드로 전환한 애플워치를 가져다 대면 바로 충전이 끝난다.

물론 가장 편한 방법은 스이카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를 통한 충전이다. 편의점이나 역 창구를 통한 충전은 어디까지나 신용카드 승인이 안 떨어지거나 3G/LTE 망을 쓰지 못할 때를 위한 비상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각종 편의점에서도 스이카 현금 충전이 가능하다.

이점도 많지만 난관도 많은 애플워치+스이카

애플워치로 도쿄 내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편리함이다. 열차를 내리거나 탈 때 습관적으로 주머니나 가방을 뒤적여 플라스틱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고민할 필요 없이 애플워치를 찬 손목만 잠시 가져다 대면 승/하차나 결제 처리가 끝난다.

반면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일본판 아이폰7이나 애플워치 시리즈2로 한정되고 초기 카드 생성도 쉽지 않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만 충전해 쓸 경우 언어의 장벽도 기다리고 있다.

아이폰7이나 애플워치 시리즈2를 이용한 스이카는 사업상 문제나 업무 목적으로 자주 일본을 찾는 사람에게는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신용카드나 등록 절차 없이도 현금 충전이 가능한 플라스틱 교통카드가 여전히 가장 쉽고 간단한 선택지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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