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X]97.23%에 멈춘 "10주년 기념작"

  • 아이폰8과 크기 차이는 크지 않다.

  • 아이폰3Gs를 쓴 경험이 있다면 낯설지 않을 디자인이다.

  • 후면 카메라는 총 7개의 자석으로 손떨림을 줄인다.

  • 페이스ID는 예상 외로 잘 인식된다.

  • 상단 영역은 오히려 몰입감을 낮추는 방해 요인이다.

  • 앱 전환 동작은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 드디어 무선충전이 지원된다.

  • HDR을 잘 활용할 경우 상당히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암부를 살려내는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 복잡한 광원도 잘 소화한다.

The GOOD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정말 선명하고 화사하다. 듀얼 OIS로 저조도 카메라가 확실히 향상됐다. 한 손에 잘 잡히는 괜찮은 디자인.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The BAD 화면 위에 드리운 달갑잖은 그림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새로운 UX. 결정타로 다른 나라보다 20만원 비싼 가격. 그럼에도 고속충전기는 별매다.

한줄평 역대 최고의 아이폰, 그러나 10년이나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었다.

7.2 Overall
  • 가격 5
  • 성능 8
  • 휴대성 6
  • 디스플레이 9
  • 카메라 8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 아이폰X(A1901, 이하 아이폰X)은 5.8인치 슈퍼 레티나(2436×1125 화소) OLED 디스플레이와 애플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장착한 스마트폰이다. 메모리는 3GB이며 저장공간은 64·256GB다. 광대역 LTE와 VoLTE(보이스오버LTE), CA(주파수집성)를 지원하며 국내 전 이동통신사에서 쓸 수 있다.

카메라는 전면 700만 화소, 후면 1,200만 화소(듀얼)다. 배터리 용량은 2,716mAh이며 치(Qi) 무선충전 기능을 내장했다. 디스플레이는 트루톤 방식으로 주위 조도에 따라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해 보다 자연스러운 색상을 보여준다. 무게는 174g이며 가격은 64GB 기준 142만원.

선명하고 화사한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이폰X을 처음 받아 든 이들은 부정확한 색감이나 플리커링, 혹은 번인 탓에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복잡한 감정을 느낄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OLED 디스플레이는 매우 옳은 선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까다로운 주문에 맞춰 신경써서 만들었고 애플도 튜닝에 꽤 공을 들였다.

명암비나 계조도, 색 정확도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4K HDR 영상을 보거나, 혹은 HDR로 찍은 사진을 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폭발 장면이나 화염이 터지는 장면이 더 극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머지 두 요소 중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번인이다. 화소 하나 하나가 빛을 내는 OLED 디스플레이는 이용 빈도에 따라 불규칙하게 밝기가 달라진다. 다시 말해 밝은 색상으로 오래 디스플레이를 켜 놓을수록 ‘명을 재촉한다’.

아이폰8과 크기 차이는 크지 않다.

특히 내비게이션이나 자동 사냥, 자동 진행 기능이 있는 게임을 오래 즐길 경우, 혹은 특정 방송사의 로고가 워터마크 적용된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볼 경우 번인 현상은 보다 빨리,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는 OLED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며 애플 역시 인정하고 있다.

아이폰X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숨겨 놓았다. 어두운 곳에서는 자동으로 화면 밝기를 최저 수준으로 내리며 OLED가 켜져 있는 시간을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제어한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아예 꺼지지 않도록 설정이 가능한 것은 매우 당황스럽고 화면 밝기 조절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불만이다.

상단 영역은 오히려 몰입감을 낮추는 방해 요인이다.

예상보다 쓰기 편한 페이스ID

애플은 무엇이든 날려 버리는 데에 전혀 주저함이 없다. 아이폰7에서는 3.5mm 이어폰잭을 들어내더니 아이폰X에서는 홈버튼을 날리고 그 자리에 화면을 채웠다. 홈버튼에 의존하던 생체 인증이나 작업 전환이 더 불편해지지는 않았을까.

먼저 페이스ID는 확실히 인식이 잘 된다. 한쪽 눈만 감은 상태에서는 잠금이 풀리지만 양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안 풀린다. 땀이 묻으면 잠금이 풀리지 않아 연신 홈버튼을 닦아내야 했던 터치ID보다 개인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버튼을 완전히 누르기도 전에 잠금을 풀어주던 터치ID와 달리 잠금 해제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잠금이 풀렸는지 알려주는 수단이 화면 위 자물쇠 마크 뿐이다. 탭틱 엔진은 인식에 실패했을 때만 작동한다. 인식 성능 자체보다는 그를 둘러싼 경험이 약간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든다.

페이스ID는 예상 외로 잘 인식된다.

사라진 홈버튼, 그리고 찾아오는 혼돈

사실 홈버튼의 역할은 iOS 10에서 엄청나게 줄어 든 상태였다. 홈버튼이 없어지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앱 사이 전환이나 시리 호출 정도다. 앱 전환에 쓰이는 제스처는 익히기 크게 어렵지 않고 나중에는 아이폰7이나 아이폰8에서 자꾸만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홈버튼이 제스처로 바뀌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제어 센터를 불러내는 방법이다. 알림은 화면 왼쪽 귀를, 제어 센터는 오른쪽 귀를 끌어내리는데 처음 며칠간은 당연히 헤맬 수 밖에 없다. 다행히 iOS 11.2에서는 제어 센터를 불러낼 수 있다는 표시로 작은 바가 생겼다.

스크린샷을 찍는 방법, 혹은 전원을 완전히 끄는 방법도 다시 배워야 할 판이다. 아이폰X을 상자에서 꺼낸지 몇 시간 되지 않아 전원을 완전히 끄기 위해 헤맸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쨌든 익숙한 습관을 버리고 학습해야 한다.

앱 전환 동작은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듀얼 OIS가 주는 야간 사진의 퀄리티

올해 출시된 아이폰의 사진 성능이 이제서야 ‘비정상의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이미 아이폰8 플러스 리뷰에서 다뤘다. 아이폰8·8 플러스와 아이폰X의 카메라, ISP(화상처리엔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카메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저조도 이야기다. 아이폰8 플러스와 아이폰X의 카메라를 비교한 씨넷닷컴 영상에서 결과물에 차이가 보이는데 듀얼OIS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손떨림 현상이다. 고정된 렌즈를 쓰는 아이폰에서 선택지는 감도를 높이는 것 뿐이지만 자연히 노이즈가 낀다. 아이폰X은 광각·망원 모두 손떨림 억제를 적용했다. 한 단계 높은 감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사진은 절로 선명해진다.

암부를 살려내는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결론 : 당대 최고의 아이폰, 그러나 1등은 아니다

아이폰X은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 OLED 대화면 디스플레이나 베젤리스 디자인, 그리고 고성능 카메라까지. 아이폰X에 들어간 대부분의 기술 중 완전히 새로운 것은 사실 거의 없다. 상향평준화란 실로 무섭다. 새로운 기능 하나만 추가하고 “어썸”하면 모두가 열광하던 몇 년 전과는 확실한 온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흔한 재료를 가장 보기 좋고 먹기 좋은 형태로 다듬어 내놓는 것이 애플의 특기이기도 하다. 적어도 요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아이폰X은 둘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 트루뎁스 카메라때문에 생긴 상단의 검은 영역은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며, 사라진 홈버튼 역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엄청난 짜증을 유발한다. 유감이다.

아이폰8 플러스 리뷰에서 ‘아이폰X 정식 출시 이후 재평가될 스마트폰’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물론 아이폰X은 당대 최고의 아이폰이 맞다. 그러나 굳이 10년을 기다려야 나올만한 제품은 아니었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20만원을 더 얹고 시작하는 초고가 정책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감의 발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X에 마음이 쏠린다면 더 이상 눈을 돌릴 수 없는 불편한 진실, 번인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성격이 예민하거나, 1년 후 재빨리 매각하고 다음 아이폰이나 다른 스마트폰으로 건너뛰고 싶다면 아이폰X은 썩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사실 번인은 당신이 아이폰X을 켜는 그 순간부터 조금씩 진행된다. 예외가 없다.

▶︎ 사진 샘플 원본 다운로드 : https://1drv.ms/f/s!Aj8f0v7tesPMsEeU7qsy7ktt5EGQ

아이폰3Gs를 쓴 경험이 있다면 낯설지 않을 디자인이다.
후면 카메라는 총 7개의 자석으로 손떨림을 줄인다.
드디어 무선충전이 지원된다.
HDR을 잘 활용할 경우 상당히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복잡한 광원도 잘 소화한다.
상세 정보
A1901 프로세서
애플 A11 바이오닉 메모리
3GB 그래픽칩셋
애플 트리플코어 저장장치
64/256GB 디스플레이
5.8인치 터치스크린 (458ppi) 해상도
2K(2436×1125 화소) 지문인식
페이스ID 유심
나노 유심 전면 카메라
7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1,200만 (듀얼) 네트워크
802.11ac 와이파이, 블루투스 5.0, NFC 이동통신
GSM, WCDMA, LTE(FDD/TDD) VoLTE
지원 운영체제
iOS 11.2 연결단자
8핀 라이트닝 무선충전
지원(Qi) 배터리
2,716mAh 방진/방수
IP67 크기
143.6×70.9×7.7mm 무게
174g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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