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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10 단돈 4천원?" 3일 천하로 끝난 베네수엘라 대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키는 무효화, 전액 환불”

12월 23일 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일제히 남미의 한 나라, 베네수엘라로 몰렸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 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일제히 남미의 한 나라, 베네수엘라로 몰렸다. 세계 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에서 윈도우10을 싸게 판다는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너도 나도 사재기에 나섰다.

미국은 229달러, 베네수엘라는 단돈 3.66달러?

사건의 발단은 앱 알뜰구매를 위해 환율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만 노리던 일부 네티즌들이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의 허점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윈도우10 프로를 2천299 볼리바르, 윈도우10 홈을 1천299 볼리바르에 판매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미국 가격과 비슷한 23만원, 13만원 선에서 결제되어야 한다.

12월 23일 당시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의 윈도우10 가격.

그러나 카드 결제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로 변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일어났다. 1달러에 10 볼리바르로 치는 공식 환율이 아닌 1달러당 680 볼리바르로 치는 카드사 환율이 적용된 것이다.

결국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윈도우10 프로를 구매하면 3.66달러(한화 약 4천400원), 윈도우10 홈을 구매하면 1.96달러(한화 약 2천360원)만 카드 승인이 떨어진다.

한국을 휩쓴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

이 사실이 뽐뿌와 클리앙, 쿨엔조이 등 국내 IT 커뮤니티는 물론 레딧 등 영어권 커뮤니티에서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이른바 ‘베네수엘라 윈도우 대란’의 시작이었다. 각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윈도우10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이 오르내렸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서버도 몸살을 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산 소프트웨어 제품키가 제때 이메일로 도착하지 않거나, 구매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윈도우10′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등극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일부 이용자들은 윈도우10 프로와 오피스 2016을 500개에서 1천개, 심지어는 2천개 이상 사재기한 다음 중고나라, 다나와 장터 등 중고장터에서 1개당 2만원에 되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12월 23일 저녁부터 몸살을 앓았던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결국 24일 자정이 지난 무렵 윈도우10 프로와 윈도우10 홈 구매 기능을 차단했다.

잠시 후에는 아예 서버를 내리고 아예 가격을 미국 달러 기준으로 바꿔버렸다. 또 뒤늦게 ‘대란’에 탑승했던 이용자들의 카드 결제 내역은 아예 취소해버렸다.

“쓸 수 있다” vs.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매한 윈도우10과 오피스 등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은 그대로 쓸 수 있을까. 각종 커뮤니티에는 라이브 채팅으로 상담원에게 물어본 화면을 캡처한 그림파일과 함께 ‘내가 직접 물어봤는데 괜찮다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 윈도우8 업그레이드 버전을 가격 오류로 싸게 팔았지만 결국 환불이나 이용권 취소 없이 정품을 쓰게 해 줬다는 예를 들면서 ‘대인배 마소’(?)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2월 25일 오후부터 오피스 소프트웨어 환불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환불 소식에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시간으로 12월 25일 오후부터 오피스 2016과 비지오, 프로젝트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 결제를 취소하기 시작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윈도우10은 무사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2월 26일 0시부터 ‘윈도우10 대란’을 통해 판매된 윈도우10 제품키를 차례차례 차단하기 시작했다. 윈도우10을 설치한 PC에서 인증이 거부되었다는 증언도 심심치 않게 돌았다.

베네수엘라 대란은 끝났지만⋯ “되팔이들 어쩌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전액 환불 결정을 내렸다. 26일 오전 ‘베네수엘라 윈도우 대란’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주문 내역에 올바른 주소가 입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구매한 제품 키는 앞으로 72시간 이내에 무효화되고 3일에서 7일 이내에 환불되며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구매하고 싶으면 신용카드가 청구되는 국가에서 구매하라는 친절한(?) 안내도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이번 대란에 ‘전액 환불’ 결정을 내렸다.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은 3일 천하로 끝났다. 그러나 윈도우10과 오피스를 대량 구매한 다음 제품키 하나 당 2만원에서 3만원에 되팔았던 사람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되팔이로 벌었던 돈을 꼼짝없이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거센 환불 요구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는 판매 글을 지우고 잠적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의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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