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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의 장난감에서 남자의 아이템이 되기까지⋯

스마트워치를 넘어 시계가 된 삼성 기어S3

시계도 아니었고 특수 아이템도 아니었던 2년 전의 기어2.

(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2013년 처음 등장한 삼성전자 웨어러블, 갤럭시 기어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4년 갤럭시S5와 함께 등장한 기어2도 마찬가지였다. 심박수 측정 센서에 뜬금없는 적외선 리모컨과 카메라까지, 시계를 비밀무기로 쓰는 제임스 본드나 명탐정 코난이나 관심 있어 할 법한 기능에 디자인조차 투박했다.

1년 전인 2015년 이맘때 등장한 기어 S2는 기어 시리즈의 ‘특이점’이다. 엄지보다 조금 더 큰 터치 화면을 드래그하고 누르는 수고 대신 시계 문자판 주위에 달린 휠을 돌려서 메뉴를 선택하고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 스마트폰에만 갇혀 있던 과거와 달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문을 열었다.

시계도 아니었고 특수 아이템도 아니었던 2년 전의 기어2.

작은 화면을 이리 저리 누를 필요 없이 휠을 돌리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완전히 새롭게 다듬은 디자인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2015년 9월 중순 시작된 예약판매에서는 시작 한 시간 만에 1천 대가 팔렸다.

‘애플워치 대항마’라는 수식어가 전혀 부끄럽지 않은 기어 S2지만 숙제는 남아 있었다. 매끈하게 다듬었지만 여전히 시계인듯 시계 아닌 듯, ‘특수한 기계’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손목끈을 바꾼다 해도 ‘진짜 시계’, ‘고급 시계’를 찾는 이들의 성에 차지는 않았다.

“이게 스마트워치라고?”

삼성전자가 독일 현지시간으로 31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공개한 기어 S3는 정식 공개 전 소문대로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진짜 시계를 닮았다.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은 “기어 S3는 그냥 차고 다녀도 이것이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못 알아 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시계 몸체 옆면은 헤어라인 처리하고 윗부분은 금속 광택을 살리는 등 갖가지 수를 동원했다. 문자판 대신 원형 AMOLED 디스플레이를 달았지만 특별한 조작 없이 시계 문자판에 해당하는 워치 페이스를 항상 띄워 놓을 수 있다.

이전 제품인 기어 S2처럼 기어 S3도 22mm 표준 시계줄을 쓴다. 원한다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가죽 등 규격에 맞는 어떤 시계줄이나 끼워 쓸 수 있다. 디자인만 보고 스마트워치를 구별하기는 이제 더 어려워졌다.

디자인만 보고 스마트워치를 구별하기는 이제 더 어려워졌다.

고릴라 글래스 SR+ 최초 탑재, IP68 등급 획득

기어 S3 공개 하루 전 강화유리 전문 업체인 코닝이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웨어러블 기기에 특화된 새로운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 SR+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코닝은 자체 시험 결과 고릴라 글래스 SR+가 충격에 70% 이상 더 잘 견다고 긁힘에도 강하다고 밝혔다.

코닝은 보도자료릍 통해 “고릴라 글래스 SR+는 상용 공급이 가능하며 이를 탑재한 제품이 올 하반기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된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많은 이들이 기어 S3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고, 결국 기어 S3가 이 유리를 최초 탑재한 스마트워치가 됐다.

기어 S3는 방진·방수 성능에도 큰 중점을 뒀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찾는 이들을 위한 클래식 모델, 그리고 야외활동이 많은 활동적인 이들을 위한 프론티어 모델 모두 소비자용 전자제품 중 최고 등급인 IP68을 받았다. 특히 프론티어 모델은 군용 규격을 만족할 만큼 튼튼하다.

프론티어 모델은 군용 규격을 만족할 만큼 튼튼하다.

현존 최고의 통신 기능 갖춘 스마트워치

이번 제품 발표에서 기어 S3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장한 센서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나온 다른 스마트워치가 초라해지는 수준이다. 운동량 측정에 중요하게 쓰이는 GPS와 기압계, 고도계, 속도계와 와이파이를 모두 내장해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운동 앱 단독 실행에 필요한 셀룰러 기능은 프론티어 버전에 LTE로 들어간다. 기어 S2 3G 버전과 마찬가지로 유심칩을 내장하고 필요한 정보를 OTA(무선) 방식으로 다운로드해 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과 MST(마그네틱보안전송)를 동시에 지원한다.

스마트워치와 일반 시계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 이용시간은 최대 3일에서 최대 4일로 하루 늘어났다. 충전 횟수를 따져보면 한 달에 10번 충전하던 것을 7번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시간은 이용 패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 이용시간은 최대 3일에서 최대 4일로 하루 늘어났다.

스쳐 지나간 전화번호의 정체는…

밤잠을 설쳐가며 기어 S3 출시 행사를 실시간으로 본 사람이라면 행사 중간에 흘러 나온 1분 남짓한 영상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상을 유심히 지켜봤다면 33초 부근에 ‘시에나’(Sienna)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전화번호는 010-2126-9480이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면 ‘고객의 요청에 의해 당분간 착신이 정지되었다’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온다. 기어 S3가 국내 정식 출시를 시작하면 기어 S3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광고가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국내 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미정이지만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출시될 전망이다.

기어 S3 발표 과정에 노출된 의문의(?) 전화번호. 아직 전화를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