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AI 서버 매출 폭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 APJC 지역, 글로벌 AI 확장 주도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델 테크놀로지스가 AI 서버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5년 회계연도에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히며, 다가올 2026년 AI 시장을 관통할 핵심 화두로 ‘거버넌스’와 ‘자율 에이전트’를 제시했다. 피터 마스 델 테크놀로지스 APJC(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 총괄 사장과 존 로즈 델 테크놀로지스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같은 성과와 미래 전망을 공유했다.
먼저 2025년 성과를 정리한 피터 마스 사장은 델이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특히 AI 모멘텀이 하반기에 가속화되면서 주당 순이익(EPS)이 39%나 급등했다.
마스 사장은 “AI 서버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인프라 솔루션 그룹(ISG)의 수익성이 12.4% 개선됐다”며 “3분기에만 123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했고, AI 관련 수주 잔고(Backlog)가 184억 달러에 달해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태지역(APJC)은 샌디스크, 조후(Zoho), GMO 인터넷 등 주요 기업들이 AI 도입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은 싱가포르에 이노베이션 허브를 개소하는 등 이 지역을 ‘AI 주도 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어 존 로즈 CTO는 2026년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을 주도할 5가지 예측을 내놓으며,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즈 CTO가 꼽은 첫 번째 키워드는 ‘거버넌스(Governance)’다. 그는 “2025년이 ‘에이전틱(Agentic)’이라는 단어의 해였다면, 2026년은 거버넌스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가 파편화되어 있어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효율적 프레임워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 내부적으로도 기술 자체보다 명확한 우선순위와 규율을 갖춘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만 실질적인 투자수익률(ROI)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예측으로는 ‘널리지 레이어(Knowledge Layer)’의 부상을 꼽았다. 지난 1년간 기업들이 GPU 등 컴퓨팅 자원 확보에 열을 올렸다면, 2026년에는 확보된 자원을 돌릴 ‘데이터’ 구축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즈 CTO는 “기존의 ERP나 CRM 같은 시스템 오브 레코드(system of Record)에 있는 데이터를 AI가 바로 쓸 수는 없다”며 “이를 벡터 데이터베이스나 지식 그래프 등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인 ‘널리지 레이어’로 변환하는 별도의 과정과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단순 스토리지 확장이 아닌, AI 전용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와 아키텍처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세 번째 화두는 ‘자율형 에이전트(Autonomous Agent)’의 진화다. 로즈 CTO는 진정한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거대언어모델(LLM), 특화된 지식(널리지 레이어), 외부 툴과 연결되는 프로토콜, 그리고 에이전트 간 소통 프로토콜 등 4가지 요소를 갖춘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자율형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에이전트가 팀 단위로 작업을 조율하고 직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등 기업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AI 인프라의 ‘회복력(Resilience)’ 개념이 재정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에는 시스템 안정을 위해 똑같은 데이터센터를 하나 더 짓는 고비용의 ‘복제’ 방식을 썼다면, 앞으로는 AI, 클라우드, 소버린 인프라 등 다양한 툴을 조합해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회복력을 갖춘 아키텍처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지막으로 ‘소버린 AI(Sovereign AI)’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국가별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소버린 AI 인프라는 단순히 정부 서비스나 모델 학습용을 넘어, 로보틱스 제어, 에이전트 인증, 국가 중요 인프라의 재해 복구, 그리고 국가 간 에이전트 협업을 위한 ‘디지털 인터워킹 존’ 등으로 그 쓰임새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즈 CTO는 양자 컴퓨팅 기술 역시 오류 수정(Error Correction)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당장 2026년에 상용화되지는 않더라도 향후 AI의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여줄 ‘게임 체인저’로서 지속적인 주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