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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스피커, 럭셔리의 끝은 어디인가

‘메이드 인 오스트리아’ 포에트 판도레타 국내 출시

포에트 판도레타 스피커

(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어떤 분야에서든지 비싼 제품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대표적으로 카메라, 악기, 오디오, 자동차, 시계와 같은 것들이 그렇다. 저렴한 제품은 충분히 저렴하지만 비싼 제품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그만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것은, 제품에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제조원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사고 싶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 이야기를 해보자. 비록 미묘한 음의 차이에 수천만원을 투자하는 오디오 애호가들게는 성에 안차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거치형 오디오 기기보다 편리한 건 사실이다.

시중에서는 1~2만원만 줘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소리가 나는 기능을 가진 전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음질과 인테리어 그리고 각종 기능을 따지면 가격은 수십만원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여기에 브랜드 가치와 장인의 디테일이 더해져 하이파이 반열에 오르면 수백만원대가 된다.

최근 선보인 그 어떤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세심한 설계, 그리고 비싼 가격을 가진 블루투스 스피커가 국내 정식 출시됐다. 오스트리아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포에트’에서 만든 와이어리스 사운드 시스템 ‘판도레타’가 그 주인공이다. 평생 오스트리아(호주 아님)에서 만든 전자제품을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메이드 인 오스트리아’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이 제품의 가격은 받침대 포함 690만원이다.

극단적인 단순미 볼륨 조절 버튼과 전원 버튼도 없다.

“전원 버튼도 없다” 극단적인 단순미

포에트의 ‘판도레타’는 극단적인 단순함을 지양한다. 가령 전용 리모컨이나 앱 같은 것이 없다. NFC 페어링 같은 기능이나 와이파이 연결과 같은 기능도 없고, 심지어 볼륨 조절 버튼과 전원 버튼도 없다.

그냥 제품을 상자에서 꺼내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전원을 연결한 다음 스마트폰에서 최초로 블루투스 페어링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블루투스로 신호가 전달되면 음악을 재생하고, 신호가 끊기고 10분간 조작이 없으면 자동으로 대기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과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블루투스 연결을 통한 음악 재생에 충실한 제품이지만 딱 한 가지 부가기능이 있다. 바로 TV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때는 무선이 아니라 3.5mm 오디오 단자를 통해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유선으로 음향 신호가 들어오면 무선 신호를 무시하고 유선 신호를 우선적으로 재생한다. 유선 입력 단자는 2개이며 선택 기능 없이 합산 출력된다.

사실 우리가 집에서 소리를 듣는 경우는 딱 이 두가지다. 오디오 소리 아니면 TV 소리다. 유선 연결이라는 점이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DLNA 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느껴진다. 물론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일부 TV 모델은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고 있다.

포에트 ‘판도레타’를 디자인한 오스트리아 산업 디자이너 ‘토파스 파히트너’

장인의 손길이 닿은 세심한 디자인

디자인은 좋다 나쁘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의 취향이나 호불호의 문제다. 그래서 누가 디자인을 했는가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포에트 ‘판도레타’를 디자인한 인물은 오스트리아 산업 디자이너 토파스 파히트너다. 현재 독일 킬 무테지우스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교수이자 스와로브스키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유리, 보석, 가구, 식기, 도자기, 의자 등을 주로 디자인했으며, 다수의 수상 경력도 가진 인물이다.

파히트너는 오디오가 아니라 악기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판도레타’를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모든 방향에서 방해 받지 않고 음이 전달되는 새로운 형태의 악기다. 그래서 전후좌우는 물론 상단까지 모두 스피커다. 그 어떤 물리적 버튼이나 연결 단자가 없다. 선처리는 모두 제품 바닥에 배치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하나의 완전한 스피커일 뿐이다. 무선 기술이 만든 조형미다.

외관은 특수 스텐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기계공정과 수작업이 병행돼 가공된다. 원형 패턴이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변색이나 변형이 없도록 정밀하게 용접됐다. 뿐만 아니라 원형 패턴을 가공할 때도 날카로운 모서리에 소리가 왜곡되는 이른바 ‘엣지 이펙트’를 피하기 위해 간편한 레이저가 아니라 보다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플랜지 페이싱 머신으로 뚫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섀시와 MDF 몸통 사이에는 불연성 어쿠스틱 폼이 사용됐으며, 부패를 막아주는 특수 수공처리가 된 것이 특징이다.

‘판도레타’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전용 스탠드다. 아메리칸 너트 마감과 오크 마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전체체적으로 우아한 곡선 처리가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앞서 세트가 690만원이라고 밝혔는데, 그중 본체는 470만원이고 스탠드의 가격이 220만원이다. 220만원이면 뱅엔올룹슨의 블루투스 스피커 라인업인 베오플레이 A9(299만원)보다는 저렴하다. 고작 스탠드 주제에 그렇다.

360도 모노 시스템을 채택했다.

액티브 모토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무방향 음질

모노보다 스테레오가 좀 더 입체감 있는 음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스테레오를 구현하기 위해선느 청음자가 반드시 정해진 방향에 있어야 한다. 게다가 가장 음분리가 좋은 스윗 스팟(Sweet Spot)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판도레타는 360도 어디에서든 균일한 음질을 제공을 추구하는 제품이다. 때문에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시스템을 채택했다. 즉, 듣는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실을 돌아다니면서도 동일한 음을 감상할 수 있다.

모노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유닛은 무려 7개가 사용됐다. 저음을 내는 서브우퍼 하나와 고음을 위한 네오디뮴 트위터 4개 그리고 중음을 맡는 브로드밴드 드라이버 2개가 채용돼 거실 크기의 어떤 공간에서도 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풍부한 소리를 낸다. 특히 베이스의 경우 뒤틀림 방지를 위해 특별히 케블러 멤브레인 소재로 만들어졌다.

울림통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된 MDF 인클로저가 사용됐다. 원목보다는 MDF가 소재의 균일성 측면에서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짜리 고가 오디오 제품도 원목으로 마감은 할 지언정 원목을 통째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밖에 블루투스 APT-X를 지원하며, D클래스 엠프가 채용돼 170와트의 출력을 낸다. 주파수 특성은 20~20,000hz다.

청음은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명품관에 있는 게이즈샵에서만 가능하다.

가격을 무시할 수만 있다면…

‘판도레타’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고가의 블루투스 스피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드까지 포함할 경우, 시중에 잘 알려져 있는 제네바 오디오, 뱅엔올룹슨, 루왁오디오 보다도 더 비싸다.

이 제품이 이토록 가격이 비싼 이유는 바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질과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대단히 주관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즉, 가성비를 쉽게 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에는 최고의 음질이거나 혹은 어디서도 발견하기 힘든 최고의 디자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수만원짜리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질과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전 세계 각국의 정상급 뮤지션들과 영향력 있는 음악 애호가들이 포에트 오디오와 판도레타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됐든 비싼 가격만으로도 한번쯤은 듣고 싶은 궁금해지는 소리다. 누구나 꼭 사야할만한 제품은 아니다.

현재 ‘판도레타’는 희귀 명품 IT기기 전문 매장인 게이즈샵을 통해 국내 독점 판매되고 있다. 워낙 고가의 제품인 만큼, 청음은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명품관에 있는 게이즈샵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구매는 모든 게이즈샵 매장과 온라인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