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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제2라운드 맞은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

“마이크로소프트, 모호한 약관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이 법정에서 제2라운드를 맞았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16년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던 ‘베네수엘라 윈도우10 대란‘이 법정에서 제2라운드를 맞았다. 국내 한 소비자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유한회사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소송을 건 것이다.

이 소비자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법무법인 YOU IN LAW 유인호 변호사는 “의뢰인은 법인이나 회사, 단체가 아닌 개인 소비자이며 되팔이를 위해 대량으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사람도 아니다. 순수히 개인이 이용할 용도로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배송 주소 때문에 계약 취소는 문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12월 26일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윈도우10과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주문 내역에 올바른 주소가 입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 환불하겠다고 통고했다.

또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구매한 제품 키는 앞으로 72시간 이내에 무효화되고 3일에서 7일 이내에 환불되며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유인호 변호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관 제8조에서 내세운 지역제한 조항은 윈도우10 DVD/USB 패키지나 X박스원, 혹은 키보드·마우스 등 실체가 있는 제품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호 변호사는 “약관의 지역제한 조항은 소프트웨어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열쇠만 빌려주는 데 배송 주소는 필요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윈도우10을 구매하면 인증에 필요한 25자리 제품키만 제공된다. 또 윈도우10 설치에 필요한 파일은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집이나 사무실을 빌릴 때 열쇠를 내어주는 것처럼 소프트웨어 판매는 이미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만 제공하기 때문에 굳이 배송 주소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인호 변호사는 “만약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만 판매하고 싶었다면 IP 주소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얼마든지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배송 지역 주소가 올바르지 않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판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실 관계 확인중”

유인호 변호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때 많은 사람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각종 제품을 싸게 마련하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되팔이 목적으로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대량 구매를 한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 사용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소비자는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소송이 판결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소프트웨어 판매로 인한 판례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송의 성격이 복잡한 것도 한 몫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3일 오전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라고 답했다.

유인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유한회사 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까지 대상으로 한 국제 사건이고 지적재산권(IP) 문제도 걸려 있다. 소송 관할권이 국내 법원이 맞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게다가 오는 2월은 법원 인사 기간이라 실제 절차는 이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유인호 변호사측의 공식질의에 지난 27일 “한국 지사는 해당 내용에 관련이 없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약관 제8조를 참고하라”고 답변했다. 또 3일 오전 씨넷코리아의 문의에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다”라고 답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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