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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블록체인 기술 기반 메신저, 대화 내용이 수정 된다고요?" 모호한 '블록챗' 등장

블록체인 기술은 ID 생성까지만···공동대표 "메신저 대화 악용, 우리 메신저 사용자는 그럴리 없다"

블록체인랩스가 선보인 탈중앙형 메신저 서비스 '블록챗' 구동 이미지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저희 블록챗 메신저가 가진 특별한 기능 중 하나는 메시지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와 상대 메시지 모두 수정이 가능한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서로 메시지가 온전히 내 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7일 블록체인랩스가 세계 최초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한 중앙 서버 없는 메신저 서비스 '블록챗(Blockchat)'을 공개한 기자간담회장에서 유병철 블록체인랩스 블록체인팀장이 제품 설명 당시 언급한 말이다. 이날 유 팀장 발언 이후 장내 분위기는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블록체인랩스 '블록챗' 메신저 론칭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유병철 블록체인랩스 블록체인팀장이 직접 시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씨넷코리아)

■ 블록체인 기술 메신저라더니···기술 적용은 아이디 생성까지, 심지어 '대화 수정'까지

블록챗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인증시스템 '쿠브(COOV)'를 개발한 '블록체인랩스'가 새롭게 선보인 메신저 앱이다. 중앙 서버가 없는 무료 메신저 서비스로 오는 22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메신저 특징은 '탈중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디바이스에 고유 블록체인 ID를 생성해 대화 당사자들 간 직접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기존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데이터 센터와 같은 중앙 서버가 필요한 기존 메신저와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지난달 15일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이 된 카카오톡 장애와 같은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블록체인랩스측 설명이다.

블록체인랩스 신규 메신저 '블록챗'은 상대방과 대화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다. (사진=씨넷코리아)

이렇게 세계 최초 중앙 서버 없는 메신저로 출범한 블록챗은 메신저 전체가 아닌 일부만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부분은 대화를 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블록체인 ID' 생성 시에만 적용된다. 결국 내 아이디 보안 과정에서만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셈이다.

메신저에 가장 중요한 대화 내용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화 내용은 온전히 각자 디바이스에만 저장된다. 따라서 대화 내용 역시 수정이 가능하게 한 게 블록챗 주요 기능 중 하나다.

블록체인 기본 속성은 수정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 학계 한 관계자는 "기술 여부를 떠나 블록체인 기본 속성과 맞지 않다"라며 "블록체인 기반 메신저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 쪽은 블록체인을 써서 전체를 블록체인을 쓴 것처럼 보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 겸 CPO가 블록챗 메신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 대화 수정 기능에 박종훈 공동대표 "메신저 대화 악용, 우리 메신저 사용자는 그럴리 없다"

이날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내용은 역시 대화 내용 수정 기능이었다. 메신저 시연 과정에서 대화 수정 기능을 직접 보여줄 정도로 블록챗 주요 기능 중 하나였다.

한 기자는 최근 ‘N번방’ 사태와 같은 테러나 연예인, 데이트 폭력과 같은 주요 이슈에 대한 맹점을 꺼내들었다. 특히 대화를 나누는 양측이 모두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과 대화 참여자 중 한쪽이 내용을 수정 후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 겸 CPO는 “당연히 개발 과정에서 고민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대화 내용은 각자 기기에 저장이 돼 있고, 그러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블록챗은 수정이 가능한 앱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병완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 겸 CTO가 간담회장에서 블록챗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 책임론 이슈에 임병완 대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첫 개발, 추락 사고 우려" 빗대···학계 "투자자 위한 블록체인 이슈, 전면에 내세우는 부분 지양해야"

블록챗 론칭 간담회 이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화 수정 기능 부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회사원 A씨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든, 내 대화 상대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어떻든 대화 내용이 수정이 되지 않고 보관되는 게 더 중요한 부분인데 어떻게 수정될 수 있냐"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또 "이렇게 대화 내용이 수정될 수 있다면 어떻게 업무 용으로 메신저를 활용할 수 있겠냐"라며 "메신저 악용과 관련해 판례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이런 기능을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첨언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블록체인랩스 입장은 여전히 확고했다. 대화 수정 부분에 대한 입장과 메신저 대화 악용에 대한 책임론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물었다.

임 대표는 "대화 수정이 가능한 것은 맞다. 다만 개인 폰에 저장한 다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 가능한 텍스트를 증거 내용으로 제출했을 때 블록챗 앱 자체에 수정 기능이 있기에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챗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신기술 개발에 관련해 빗대자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를 많이 우려했다고 한다. 블록챗에 관련한 우려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비행기로 누리는 혜택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자기가 신뢰하고 확실한 사람끼리만 연결하기 때문에 둘만 볼 수 있는 형태로 대화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메신저다"라며 "메신저 사용자들한테 중앙 서버에 누가 해킹해가고,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는 점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록체인 및 정보보안 학계는 이번 블록챗 등장과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 부풀리기식 관행을 놓고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챗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이 아이디 생성 중 일부만 사용된 건데 이게 마치 메신저 전체 기술로 사용된 것처럼, 블록체인이 다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투자자나 언론이 혼란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런 회사(블록체인랩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이런 경우가 꽤 있는데,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전체로 부풀려 강조하는 부분을 특히 지양하는 게 앞으로 산업 발전에 있어 전반적으로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신동민 기자shine@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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