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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펜 대신 카메라 미는 갤럭시노트8의 딜레마

대화면 디스플레이·디자인 통한 차별화도 어려워져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답변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삼성전자가 12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를 통해 국내 미디어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8은 라이브 메시지와 문장 번역 기능으로 강화된 S펜과 광학식 손떨림 억제(OIS) 기능을 갖춘 듀얼 카메라, 6.3인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갖춰 적어도 하드웨어 면에서는 역대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역대 최고로 꼽힌다.

갤럭시노트8은 발화 사태와 판매 중단으로 막을 내린 갤럭시노트7 이후 1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이다. 자연히 좋은 의미로든, 혹은 나쁜 의미로든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더 많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디어데이 석상에서 “7일부터 14일까지 예약판매가 진행중이며 첫날에만 39만 5천 대 예약을 받았다. 총 5일간 예약 건수를 합하면 지난 해 갤럭시노트7 예약 수량보다 2배 이상 높으며 80만 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S펜 대신 주목받은 듀얼카메라

S펜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다. 많은 제조사가 S펜을 모방한 비슷한 제품으로 도전했지만 인식 감도나 지연 시간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펜이나 애플펜슬 정도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그러나 12일 미디어데이에서 ‘노트팬’을 자처하며 시연을 위해 단상에 오른 세 명 중 유명 영화에 참여한 로케이션 매니저와 연예인과 작업한 사진 작가 모두 ‘듀얼 카메라’를 강조했다.

정작 S펜 시연을 진행한 사람은 웹툰 작가 한 명 뿐이다. 라이브 메시지 등 다양한 기능을 상세히 보여주었던 뉴욕 언팩과는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S펜은 거의 가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S펜 시연을 진행한 웹툰 작가 이치성씨.

“한 번도 S펜을 뽑아 본 적이 없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던 이들이라면 S펜을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가장 큰 이유로 ‘큰 화면’과 디자인을 꼽는다.

S펜의 메모 기능이 정말 유용해서 갤럭시노트를 선택하는 이들은 예상 외로 적다. 심지어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갤럭시노트2나 갤럭시노트3를 장만한 중장년층 소비자 중에는 S펜을 한 번도 뽑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 S펜의 성능 향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한다. 4,096단계 필압 감지 기능은 이미 갤럭시노트7부터 적용되어 있었다. 라이브 메시지와 문장 번역 기능, 그리고 최대 100페이지 메모 기능은 소프트웨어의 보완에 가깝다. 적어도 S펜 기능에 있어서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노트 7.5′에 가깝다.

S펜의 하드웨어 성능 향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커진 화면, 비슷한 디자인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특권이었던 큰 AMOLED 디스플레이와 차별화된 디자인도 갤럭시노트8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화면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인피니트 디스플레이는 이미 갤럭시S8+에 도입된데다 크기도 6.2인치로 갤럭시노트8(6.3인치)과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도 흡사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스마트폰들이 6인치 내외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를 어렵게 한다. LG전자 V30은 6인치 올레드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2시 공개될 아이폰X도 5.8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썼다.

남아 있는 카드는 광각/망원 카메라 모두 광학식 손떨림 억제 기능을 탑재한 듀얼 카메라 뿐이다.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된 국내 TV 광고도 카메라 기능에 많은 비중을 뒀다. 결국 갤럭시노트8은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디자인이나 디스플레이, S펜 등 전통적인 강점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진 셈이다.

갤럭시노트8은 디자인에서도 갤럭시S8과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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