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 Korea뉴스신제품

아이폰X, 왜 홈 버튼을 몰아냈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드리운 번인의 그림자

새롭게 등장한 아이폰X(텐)은 더 이상 홈 버튼에 의존하지 않는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동그라미에 네모가 그려진 홈 버튼은 첫 아이폰이 나왔을 때부터 아이폰7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지문인식 센서인 터치ID 탓에 표면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사파이어 글래스로 바뀌고, 물리 버튼 대신 탭틱 엔진과 소리로 눌림을 대신하긴 했지만 홈 버튼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아이폰X(텐)은 더 이상 홈 버튼에 의존하지 않는다. 앱 전환은 화면을 밀어 올리는 동작으로 대신하고, 생체인증은 터치ID 대신 얼굴인식으로 처리한다. 홈 버튼을 철거한 자리에는 화면을 끝까지 덮는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섰다.

“너를 살려 두기에는 공간이 아까워!”

이렇게 홈 버튼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5.8인치, 2436×1125 화소나 되는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홈 버튼까지 살려두자니 아이폰 본체가 길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화면 전체를 덮겠다는 청사진을 구현하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무엇보다 달라졌다는 티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홈 버튼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몫한다. 홈 버튼의 역할을 가만히 살펴보면 1) 홈 화면 복귀 2) 앱 전환 3) 터치ID 인증 등 세 가지 뿐이다. 고작 세 가지 기능을 위해 무척 넓은 공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깝기 그지 없다.

애플은 홈 버튼을 들어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홈 버튼을 들어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 하다 못해 남는 공간에 배터리라도 더 넣을 수 있다. 침수나 잔고장에서도 훨씬 자유로워진다. ‘과거와 결별한다’는 명목으로 3.5mm 이어폰잭을 몰아낸 애플이 홈 버튼이라고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하다.

결국 애플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홈 버튼을 이렇게 밀어냈다. ‘딸깍’하는 느낌(혹은 탭틱 엔진이 주는 진동과 음향 효과)이 주던 경험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애플은 이것을 가리켜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강변했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다.

제스처와 측면 버튼으로 홈 화면 대신한다

홈 버튼이 사라진 뒤 다가올 후폭풍은 홈 버튼의 세 가지 역할과 정확히 일치한다. 먼저 홈 화면 복귀나 앱 전환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가장 큰 문제다. 애플은 이것을 제스처로 해결했다.

잠금을 해제하고 화면을 끌어 올리면 홈 화면이 나타나며, 앱 실행 상태에서도 같은 동작으로 다른 앱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 조작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분명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제어 센터를 불러내는 동작이 겹치기 때문이다.

홈 버튼과 앱 전환은 제스처로 해결한다.

그래서 아이폰X는 제어 센터를 불러낼 때 동작을 바꿨다.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제어 센터가 나타나고 여기에서 각종 작동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화면 위로 손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불편하다.

두 번째로 시리를 불러내거나 애플페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역할은 오른손 검지가 닿는 측면 버튼이 대신한다. 이 버튼을 오래 누르거나(시리), 혹은 두 번 짧게 눌러(애플페이)야 한다. 아이폰을 켜는 역할 역시 측면 버튼이 떠맡게 됐다.

편리한 페이스ID에 숨은 의외의 맹점은⋯

그렇다면 홈 버튼의 마지막 역할인 인증은? 지문 대신 얼굴 윤곽을 이용해 나를 알아 보는 페이스ID가 대신한다. 스피커에 내장된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인 트루뎁스 카메라가 얼굴 윤곽을 3만 3천개의 점으로 분해해서 등록된 이용자인지 인식한 후 잠금을 풀어준다.

어두운 곳이나 밝은 곳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데다 모자나 안경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나를 알아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터치ID와 마찬가지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인식률은 높아진다.

애플은 “터치ID는 1/50,000 확률로 다른 사람이 풀 수 있지만 페이스ID는 1/1,000,000 확률로 다른 사람이 풀 수 있다. 인쇄한 사진이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면으로도 잠금이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애플은 페이스ID의 안전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페이스ID가 가진 의외의 맹점도 있다. 바로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로 잠금이 풀릴 경우다. 흉기를 든 범죄자가 내 아이폰을 뺏고 얼굴에 들이댄다면, 혹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 수사를 받는 상태에서 아이폰 안에 나에게 불리한 증거가 담겼음을 깨달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터치ID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도 이런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로 불상사가 일어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물론 보도되지 않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 FBI조차도 샌 버나디노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무려 15억원이나 들였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페이스ID는 이런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내 개인정보까지 완벽히 보호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배제하고 싶다면, 고전적인 6자리 패스코드를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할 수 있다. 보안에는 ‘설마’가 없다.

※ 편집자 주 (14:00) - 본문 내용 중 일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 일부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또한 기사 내용 중 일부는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순수히 가정한 것입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드리운 번인의 그림자

홈 버튼을 밀어내고 등장한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호화롭다. 5.8인치, 2436×1125 화소에 경계선 없이 거의 모든 영역을 덮는다. 무엇보다 OLED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HDR10과 돌비비전 등 HDR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많은 스마트폰이 가볍게 소화하는 2K(2560×1440 화소) 동영상을 모두 재생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지만, 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다 정밀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애플이 말 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OLED 디스플레이의 숙명인 번인 현상이다.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의 숙명인 번인 현상도 함께 안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는 각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명암비에 분명 강점을 가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밝기가 줄어드는 특성도 함께 지닌다. 또 같은 글자나 모양을 지속적으로 표시할 경우 흔적이나 자국이 남는 번인 현상이 생기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시간 표시와 배터리, 안테나 등 화면이 켜질 때 고정되는 내용들을 아이폰X의 수화부 양쪽에 밀어 넣은 것도 이런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애플도, 번인 문제가 따라다니는 ‘멋진 신세계’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이게 됐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만 손해를 안 볼 정보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합니다. 숫자만 잔뜩 등장하는 알맹이 없는 이야기는 빼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정보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