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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피트니스 트래커, 돌파구는 스마트워치?

운동 관리 능력 앞세웠지만 애플워치 그늘 벗어나기 어려워

핏비트가 오는 26일부터 판매하는 아이오닉. 운동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운동 관리 기능을 내세운 피트니스 트래커 제품들이 샤오미 등 중국산 저가 제품과 애플워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승승장구하던 조본이 2017년 문을 닫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7년 6월 웨어러블 기기 중 스마트워치의 시장 점유율이 2012년에 절반 이상인 67%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판매 대수도 2017년 7천140만 대에서 2021년 1억 6천100만 대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반면 운동량 측정 기능만 갖춘 손목 밴드 형태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7.9%에서 2021년 21.7%까지 떨어진다. 판매 대수는 4천760만 대에서 5천220만 대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다. 최근 피트니스 트래커 업체들이 너도 나도 큰 화면을 단 시계형 제품을 내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도 이제는 시계로 간다?”

피트니스 트래커 분야의 톱3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핏비트도 운동 관리 기능과 앱 단독 실행 기능을 강조한 스마트워치 신제품, 아이오닉을 22일 국내 공개했다. 이 제품은 핏비트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인 핏비트OS를 통해 작동하며 50미터 방수 기능으로 내구성을 높였다.

22일 핏비트 아태지역 마케팅 담당 알렉산더 힐리 이사는 “핏비트는 건강과 운동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는 동기 부여에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힐리 이사는 “핏비트는 건강과 운동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는 동기 부여”라고 설명했다.

이는 핏비트 뿐만 아니라 다른 피트니스 트래커 업체들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업체들마다 관련 기능을 일컫는 이름은 다르지만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전용 앱이나 시계 화면을 통해 등록한 다른 친구의 운동량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움직일 경우 알림 기능으로 경쟁을 유발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하나 숨어 있다. 바로 경쟁 대상이 되는 친구나 동료가 나와 같은 제품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워치 보급률이 낮은데다 같은 제품을 쓰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디자인과 앱 갯수가 문제

현재 피트니스 트래커를 내놓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뛰어난 운동 관리 능력을 스마트워치에 접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들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실행 가능한 앱과 디자인 문제다.

대부분의 피트니스 트래커는 내구성에 중점을 두어 방수 기능이나 충격 완화에 중점을 두어 제품을 설계한다. 문제는 내구성과 디자인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두께를 늘리다 보면 착용감이 떨어진다.

특히 두께를 늘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착용감이 떨어진다. 핏비트 아이오닉 역시 무게를 줄이는데는 성공했으나 두께와 부피를 크게 줄이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스마트폰 없이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한 전용 앱 갯수도 문제다. 2017년 기준 애플워치용 앱은 약 2만 개, 안드로이드웨어용 앱은 약 5천 개로 꼽힌다. 그러나 피트니스 트래커 제조사들이 내놓은 스마트워치 전용 앱은 그 갯수가 이에 못 미친다. 제각각인 개발 환경과 적은 이용자 수 때문에 개발자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애플워치가 ‘접수’한 스마트워치 시장

핏비트 아이오닉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핏비트 페이를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국내에서 쓰기는 쉽지 않다. 국내 은행이나 카드사는 보안성 검토나 인증 등을 이유로 무선 방식 결제에 소극적인데다 NFC를 쓸 수 있는 결제기도 찾기 어렵다. 애플페이조차도 수 년째 진출설만 나올 뿐 실제로 국내 시장에 상륙하지 못했다.

여기에 스마트워치 시장 자체가 일부 제품,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애플워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하는 원인 중 하나다.

1세대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도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2017년 8월 자료를 통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애플이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할 것이고 삼성전자나 에이수스, LG전자 등 안드로이드웨어 진영 제품은 15%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핏비트가 일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인수한 페블 역시 이런 어려운 시장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1세대 스마트워치 업체인 페블은 2015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페블은 2016년 12월 소프트웨어 기술을 핏비트에 넘기고 문을 닫았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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