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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고성능 스포츠카급 전기차 '재규어 I-PACE'

가속력 탁월하지만, 사용자 배려 부족

(씨넷코리아=조재환 기자) 한번 충전으로 최대 333km(국내 환경부 공인 기준)까지 주행 가능한 재규어 순수 전기차 I-PACE(이하 I-페이스)를 2박 3일 간 시승했다. 지난 1월 미디어 시승회에서 만난 후 4개월 만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I-페이스의 주행 감성과 충전 편의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특히 올림픽대로 구간 주행 때 차량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특징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I-페이스는 고성능 스포츠카급 퍼포먼스를 내는 전기차가 분명하다. 최고출력 400마력에 최대토크 71.0kg.m, 0에서 100km/h까지 4.8초만에 도달하는 가속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가속능력에서 부족한 점이 없다.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즐기기 위해 1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I-페이스가 충분한 선택이 된다.

그러나 1억원이 넘는 이 전기차는 곳곳에서 아쉬운 흔적이 보였다.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가장 큰 부분은 스티어링 휠 좌측 다이얼 구성이다. 게다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사용하기 너무 어렵다. 센터페시아에 지문이 잘 묻는 하이그로시 재질을 썼다는 것은 이 차가 가진 옥에 티다.

I-페이스 좌측 스티어링 휠을 보면,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 구성을 선택하거나, 차량의 주요 설정을 진행할 수 있는 다이얼이 보인다. 이 다이얼을 누르면 원하는 차량 설정을 진행할 수 있는 ‘OK’ 버튼으로 통한다.

주행을 하면서, 심지어 정차를 할 때 디스플레이 설정을 하기 위해 이 다이얼을 써봤다. 초반에는 수차례 OK 기능이 먹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게다가 다이얼 방식이 직관적이지 못하다. 조금 힘을 써도 내가 원하는 메뉴에 도달하기 어렵다.

또 이 다이얼은 디스플레이 설정 또는 차량 설정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라디오 방송을 작동시키는 용도로 쓰인다. 차량에 익숙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이같은 방식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1억원이 넘는 판매가인 I-페이스는 앞으로 스티어링 휠 버튼 조작 편의성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버튼식으로 처리하거나, 버튼 방식이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음성인식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I-페이스는 다른 재규어랜드로버 차량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다. 실시간 충전소 찾기 기능은 있지만,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I-페이스는 경쟁 모델 중 하나인 테슬라 모델 X 내비게이션과 달리 과속단속카메라 안내가 있다. 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시적으로 도로의 속도 제한 표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과속단속카메라 접근 시, 음성으로 안내하지 않고 ‘뚜 뚜’하는 소리만 낸다. 또 10인치 내비게이션 가장 오른쪽에 작게 표기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즉각적으로 인지하기엔 어려움을 준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인컨트롤’ 앱을 통해 스마트폰과의 호환을 강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I-페이스도 인컨트롤 앱과 호환이 가능한 구조다. 인컨트롤 앱을 통해 재규어랜드로버용 T맵 내비게이션과 호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디넷코리아가 받은 I-페이스 시승차는 인컨트롤 앱 실행과 재규어랜드로버용 T맵을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수차례 기자의 아이폰과 USB 연결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 일반 고객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는 것 같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인컨트롤 앱이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보다 어떤 면에서 강점이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제대로 구현이 안 되는 1억원대 전기차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쟁 모델이자 비슷한 가격대를 갖춘 테슬라 모델 X도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이 되지 않는다.

I-페이스 충전구는 차량 좌측 타이어 휀다 쪽에 자리잡고 있고, DC콤보 충전 방식을 지원한다.

이같은 충전구 위치는 사용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차공간 내 스토퍼와 충전기 사이 간격이 넓으면, 운전자가 힘을 쓰면서 충전기를 끌어 당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충전기 자체가 한손으로 들기 무거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남성 운전자보다는 여성 운전자들이 더 큰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I-페이스의 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장점도 있는 차다.

I-페이스는 테슬라 모델 X에 없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이 있다. 인공 엔진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우렁찬 사운드가 난다.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전기차의 가속력과 엔진음을 두 가지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한 탁월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서 I-페이스의 ADAS 기능을 써봤다.

I-페이스의 차선 이탈방지 시스템은 시속 70km/h 이상 주행 시 활용이 가능하다. 차량이 차선 바깥으로 이탈할 신호가 감지되면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울리고, 디지털 클러스터에도 경고를 보낸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쓰면, I-페이스의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은 시속 70km/h 이하 주행시에도 작동된다. 게다가 일반 차선이탈방지시스템보다 차선 중앙 유지 능력이 강화된다. 올림픽대로의 웬만한 커브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련된 영상은 지디넷코리아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I-페이스 ADAS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안전에 필수인 메시지를 보낸다. 해당 기능이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이 메시지는 ADAS 기능을 실행할 때, 스티어링 휠을 놓고 난 후 약 20초 뒤에 나온다.

I-페이스는 아직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에 영향력을 줄 만한 판매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I-페이스가 국고 보조금 900만원 혜택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량이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별 소비세 인하분이 적용된 I-PACE 판매 가격은 EV400 SE 1억910만원, EV400 HSE 1억 2천320만원, EV400 퍼스트에디션 1억 2천650만원이다. 또 8년 또는 16만km 배터리 성능 보증, 5년 20만km 연장 보증 및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