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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에어팟 맥스: 가격은 높지만 그만큼 훌륭하다

두껍고, 크고, 비싸지만 음질과 기능 뛰어난 애플의 신형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다양한 머리모양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사진=David Carnoy/ 미국 씨넷)

(씨넷코리아=김나래 기자) 애플(Apple)이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에어팟 맥스(AirPods Max)'를 처음 공개하자 사람들은 549달러라는 가격과 이상한 모양의 스마트 케이스(Smart Case)에 주저했다. 

사실 지난 1월, 씨넷은 믿을 만한 애플 소식통으로부터 수년 동안 애플이 1천달러 이상의 가격을 매기지 않기에는 제작 비용이 너무 비싼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출시가격이 549달러라고 들었을 때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높은 가격인 것은 맞다. 어쨌든 초기 출시된 에어팟 맥스는 5가지 색상 모두 나오자마자 매진됐고 온라인스토어에서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에어팟 맥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결국 독자가 결정할 문제지만 씨넷의 의견은 최고의 사운드, 견고한 무선 연결과 완벽하지는 않으나 괜찮은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두루 갖춘 우수한 헤드폰이라는 것이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다. 오디지(Audeze), 그라도(Grado), 포커스(Focus) 등 업체에서 나오는 150만원 이상 고가 헤드폰이 포진된 요즘 세상에서 20만원짜리 아디다스 스니커즈에 분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에어팟 맥스의 가격에 너무 흥분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은 처사다. 

이에 씨넷이 에어팟 맥스를 며칠 써봤다. 배터리수명과 유선 오디오 성능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 

■ 풀메탈(Full metal) 재킷

상자를 열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30~40만원 가격대 헤드폰 수준으로 보이는 조립 품질이다. 40만원대의 보워스앤드윌킨스(Bowers and Wilkins)의 PX7이나 30만원대 젠하이저(Sehnheiser) 모멘텀3(Momentum 3)는 견고한 첫인상과 제작 품질이 돋보인다. 

현재 50만원대 초반인 마스터 앤드 아이너믹(Master & Dynamic)의 MW65 모델도 독특한 외관과 프리미엄 소재를 자랑한다(이 모델들 모두 음질이 좋으나 노이즈캔슬링 성능은 약간 처진다.). 사람들이 문제를 느낄만한 또 한 가지는 에어팟맥스의 중량이다. 무게가 385g이나 나가는 꽤 무거운 헤드폰이다. 이에 비해 소니(Sony) WH-1000XM4의 중량은 254g, 보스(Bose)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700(Noise Cancelling Headphones 700)은 249g에 불과하다. 

에어팟 맥스 몸체에는 금속이 두루 쓰였다. 프레임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이어컵은 애플의 맥북을 연상시키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금속은 플라스틱보다 더 무겁다. 549달러짜리 헤드폰을 도로에 떨어뜨리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만약 떨어지면 음푹 패인 자국이 남을 것이다. 나무 바닥에서는 괜찮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거운 헤드폰의 착용감은 놀라울만큼 편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가벼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머리띠처럼 디자인된 부분이 머리에 상당한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약간의 조정을 통해 머리 꼭대기가 아닌 앞으로 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긴 했다. 에어팟맥스가 크고, 어떤 사람들은 큰 헤드폰 자체를 선호하지 않지만 다양한 두상에 맞게 조절가능한 헤드폰이긴 하다. 

젤리처럼 생긴 메모리폼 이어패드도 인상적이다. 40mm 맞춤 드라이버를 자석힘으로 붙어서 덮고 그 위에 패브릭 커버를 갖추어 일반적인 가죽이나 인조가죽 이어패드에 비해 훨씬 통기성이 뛰어나고 편하다. 사용자의 귀가 너무 많이 데워지고 답답한 것을 방지한다. 이어패드는 69달러(꽤 비싼 가격)에 교체할 수 있다. 망원경 팔과 스프링처럼 휘어지는 경첩 등의 조금 이상한 디자인 터치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다만 다행이도 플라스틱 삐걱거림은 찾아볼 수 없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에어팟 맥스, 보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700, 소니 WH-1000XM4. (사진=David Carnoy/ 미국 씨넷)

■ 하이엔드급 음질 구현

에어팟 맥스는 하이엔드 헤드폰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사운드를 자랑한다. 확실한 베이스, 자연스러운 미드, 산뜻한 하이의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갖추고 있다. 애플 뮤직(Apple Music)을 이용해 EQ 설정을 할 수 있고 사운드 프로필에 사용자 나름의 설정을 저장할 수 있다. 

애플이 에어팟 맥스를 출시한 의도는 하이엔드, 혹은 거의 하이엔드에 준하는 오디오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물론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나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블루투스 스트리밍이 최근 몇 년간 부쩍 개선됐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 예전과 같은 음질 차별화를 자랑하기 힘들만큼 말이다. 그러나 가장 정확하고 순수한 소리를 얻어내기 위해 적절히 증폭된 음원을 유선 헤드폰으로 들어본다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에어팟 맥스는 일부 오디오파일과는 호환되지 않는다. 현재는 AAC만 지원한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기와 호환되는 appX, appX, appX HD 또는 소니 LDAC 코덱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부가 기능과 추가 코덱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현재 AAC만 가능하다. 애플 기기 사용자에게는 적합하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는 아닌 것이다. AAC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기조차도 iOS 기기만큼 원활하게 기능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지원 장치와도 사용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추가 기능은 잃게 된다. 549달러 헤드폰이 더 많은 코덱을 지원한다면 좋을 것이다. 

현재 애플은 애플 뮤직에서 ‘애플 디지털 마스터즈(Apple Digital Masters)’라는 이름의 최고 음질의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 뮤직의 많은 최고 히트곡들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스포티파이(Spotify)로 들을 때와 애플 뮤직에서 동일한 트랙을 들을 때 매우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그렇지 못할 정도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뛰어난 소니 WH-1000XM4와 보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700은 에어팟 맥스의 경쟁 모델이다. 보스는 소니보다 약간 더 오디오애호가에게 맞는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균형이 좀 더 잘 잡혀있고, 부드럽고, 고른 사운드와 보다 촘촘한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니는 에너제틱한 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곡들은 확실히 소니와 더 잘 어울린다. 

에어팟 맥스는 선명하고, 정렬된 사운드를 제공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볼륨에서도 소리가 왜곡되지 않는다. 소리를 크게 설정해도 엄청나게 크게는 재생되지 않는다. 고급 유선 헤드폰 수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니와 보스와 비교했을 때 더 또렷한 소리가 나는 것은 맞다. 확실히 더 명료하고 정확한 헤드폰이다. 에어팟 맥스를 쓰다가 소니를 썼을 때 스크린도어를 통과해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에어팟맥스는 명료하고 개방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 에어팟 맥스 노이즈캔슬링, 최고는 아니다

유튜브에서 에어팟 맥스를 두고 ‘노이즈캔슬링 킹(king)’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에어팟 맥스 노이즈캔슬링이 소니 WH-1000XM4보다 낫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소니 WH-1000XM4도 올해 초 출시됐을 때 노이즈캔슬링 ‘킹’이라고 선전했다. 씨넷은 그 평가를 지지한다. 소니 WH-1000XM와 보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700 모두 경험해본 제품 중 노이즈캔슬링 성능은 단연 최고다. 분명한 것은 아주 미세한 차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아무것도 듣지 않고 잡음을 제거해가며 가만히 앉아 음악만을 듣지는 않는데, 노이즈캔슬링 테스트는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테스트한다. 

■ 버튼은 두 개뿐

조작감은 아주 잘 구현됐다. 오른쪽 이어컵에 있는 버튼 두 개가 전부. 전면 버튼을 사용하면 소음이 들리고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투명 모드(에어팟 프로의 투명 모드와 유사)와 노이즈캔슬링 사이를 토글(toggle)로 전환할 수 있다. 

두 번째 버튼은 애플워치(Apple Watch)에 있는 디지털 크라운의 더 큰 버전이다. 볼륨을 제어하고 클릭을 통해 음악이나 통화를 일시 중지할 수 있다. 더블 클릭해서 트랙을 조정한다. 부드럽고 반응성이 좋다. 추운 날씨에도 잘 작동하므로 터치 컨트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귀 부분 알루미늄 재질이 추운 날씨에 꽤 차갑게 느껴진다. 애플이 방수 등급을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씨넷이 5분 동안 눈비에서 사용한 후에 잘 살아남았다. 

메쉬 캐노피 (사진=David Carnoy/ 미국 씨넷)
버튼이 2개, 터치 컨트롤은 없다. (사진=David Carnoy/ 미국 씨넷)

총 9개의 마이크를 탑재하고 있는데 그 중 2개는 이어컵 내부에 있어서 사용자가 머리에 쓰고 있는지, 안경을 쓰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아홉번째 마이크는 통화 중 사용자의 목소리를 수신하는 마이크다. 통화용 헤드셋으로 상당히 잘 작동하고 특별히 바람 소음을 잘 잡는다.헤드셋 모드에서 헤드폰을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고 목소리 크기를 잘 조절할 수 있다. 에어팟 프로와 유사하게 야외에서 통화하는데 적합하다. 

■ 쟁점이 있는 케이스

헤드폰과 함께 나오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가장 좋은 점은 헤드폰을 넣고 빼기 쉽다는 점이다. 그리고 헤드폰 이외의 부피 낭비가 거의 없다. 기존 소니 등의 하드케이스에 비해 가방 안 공간을 조금 덜 차지한다. 헤드폰이 케이스 안에 있을 때도 충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석이 장착돼있어 배터리 수명을 절약하기 위해 헤드폰이 내부에 있을 때 완전 절전 모드로 만든다. 헤드폰에 전원 버튼이 없어서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긴 하다. 배터리 수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테스트 중이다. 

케이스에 담긴 모습. (사진=David Carnoy/ 미국 씨넷)

오디오 제품이라는 점에서 무게에 점수를 준다면 에어팟 맥스는 확실히 소니나 보스보다 더 나은 제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에어팟 맥스 무게가 무거운 헤드폰치고 생각보다 편안하더라도 제품의 가장 큰 약점일 수도 있다. 

가성비를 놓고 보면 대부분에게 소니 WH-1000XM4 또는 보스 노이즈 캔슬 헤드폰 700이 더 실용적인 선택일 것이다. 특히 3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소니는 좋은 음질을 가지고 있고 무선 노이즈헤드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에어팟 맥스보다 훨씬 가볍고 어떤 이들은 더 편안하다고 느낄 것이다. 

에어팟프로도 마찬가지다. 훨씬 가볍다. 또한 음질이 에어팟 맥스만큼 좋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더 나은 선택이다. 시간이 흘러 애플이 좀 더 저렴한 노이즈캔슬링 에어팟 헤드폰을 내놓기 전까지는 에어팟프로가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하이엔드 경험을 원한다면 에어팟 맥스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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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기자natalie@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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