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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애플 정서 띄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11'

애플은 반마이크로소프트 입장을 오래도록 고수해왔다.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겨냥하고 있다. 

깜짝 퀴즈: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가 애플의 맥북에어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사진=미국 씨넷)

(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11은 그 어느때보다도 획기적인 업데이트로 보인다. 그 간결한 모습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상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격변한 일상을 위해 화상 회의 기능을 더하고 앱과 문서를 정리하는 방법을 바꾸고 비디오 게임을 더 멋지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추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윈도 11을 공개하면서 "오늘날 우리는 좀 더 개방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어플리케이션이 곧 플랫폼이 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윈도는 본래 윈도보다 더 대단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사의 기술이 경쟁사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제품과 연동이 되도록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글 앱스토어를 윈도로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는 개발자들이 적은 수수료 혹은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발자들에게 최소 15%의 수수료를 걷으면서 전 세계의 소송과 독점금지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나델라는 "우리는 오늘날 만연하게 둘러진 장벽들을 허물고 선택과 연결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고 싶다. 운영체제와 장치는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제작되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애플의 페이스타임 역시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윈도 11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대 가장 대담한 변화다. 20년 전, 윈도를 통해 경쟁사들을 짓밟으려다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기도 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무가내 전술과 문제가 잦았던 소프트웨어로 비난 받았다. 한때는 업계 사람들에게 ‘M$’라는 은어로 통하기도 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자 ‘MS’를 변형한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돈만 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Teams)’ 무료 화상회의 기능을 윈도우 11에 심어놓았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2000년대 초 구글은 “악하게 굴지 말자(Don't be Evil)”표어를 기업 정신으로 삼으며 초기 검색엔진을 출시했다. 2005년 애플은 마케팅을 위해 “맥을 가져라(Get a Mac)” 캠페인을 지속해서 내보냈는데 영상 속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용하는 PC라는 인물은 한 없이 거만하고 무능한 인물로 비춰지게 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애플의 캠페인 모음 (영상=유튜브/Aproductoin)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구글은 2015년에 "악하지 말라"는 유명한 기업 구호를 버리고 “옳은 일을 하라”를 사훈으로 택했으며 (구글은 현재 독점 금지 조사를 받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자사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다가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로부터 고소 당했고 여기에 데이트 매칭앱 ‘틴더’의 제조사 IAC,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같은 거대 파트너사까지 에픽게임즈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애플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델라는 2014년 CEO로 취임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변화를 이끌어 왔는데 특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파트너사와 경쟁업체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완화하고자 애썼다. 이를 두고 그는 2018년에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부러진 물건을 고쳐 쓰는 만큼의 문화 혁신 운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윈도 11을 보니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는 다른 테크 기업들과 단순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두드러질 수 있는 기회를 본 듯 하다. 

로페즈 리서치(Lopez Research)의 마리벨 로페즈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사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개방적이고 더 쉽게 나아갈 수 있으며 매년 수억 대의 PC가 판매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기회가 있는 플랫폼”이라고 개발자들에게 오랜 기간 말해왔다. 이제 모바일 칩이 PC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장애물도 사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앞날이 그저 탄탄대로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단일 운영체제인 윈도에 개발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긴 했지만 애플은 iOS와 맥OS 라는 어마어마한 카드를 두 장이나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로페즈는"애플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며 지금은 미래를 위한 기술 ‘전쟁’ 중이라고 표현했다. 

윈도 추후 행보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데스크톱을 구입하고 인터넷에 로그인하던 1990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임무는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2015년까지 이 임무는 큰 성공을 이뤘고 이것에 대한 기초 작업은 휴대용 컴퓨터인 포켓 PC의 개발로까지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의 노력을 쏟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포켓PC에는 윈도 로고가 붙지 않았다.)

그럼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사람들과 지구상의 모든 조직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도록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향한 오랜 집착을 끝내고 경쟁사의 제품들도 잘 작동하도록 돕는 관대한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옛모습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분석가들은 나델라가 윈도 11 출시 연설에서 애플에 반대하는 것은 단지 마이크로소프트의 그저 애플을 위협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상 시키는 윈도 11 인터페이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미국 기술 리서치 기관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패트릭 무어헤드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Office)’와 ‘팀즈(Teams)’를 비롯한  “MS사의 소프트웨어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맥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애플은 수년간 윈도용 아이튠즈를 업데이트 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페이스타임과 같은 앱은 다운로드가 아예 불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델라의 연설 이면의 동기를 논의하기 위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면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실천하려는 듯한 나델라의 움직임에서 여전히 독점을 만들어 낼 만큼 치명적인 그의 사업 감각이 동시에 드러난다. 

IT전문 마케팅 조사 업체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스 어소시에이츠(Endpoint Technologies Associates)'의 창립자인 로저 케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애플을 부러워하는지 이해는 한다. 사람들은 애플이 마치 행운을 부르는 부적이라도 되는 듯이 신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2001년에는 지구상의 컴퓨터 10대 중 9대 이상이 윈도였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오늘날 윈도 점유율은 70%로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페이스타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들의 팀즈(Teams)를 윈도에 심어놓긴 했지만 그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개척하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나델라는 윈도 11 연설에서 "우리는 향후 10년 이상을 건설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윈도 시대의 첫 번째 버전”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포부에서 느껴지듯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그저 애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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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owl@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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