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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타버스앱 '호라이즌 워크룸' 공개 

마크 저커버그, 미국 씨넷 포함 전문 매체 기자들 '호라이즌 워크룸' 초대...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 왼쪽에서 다섯번째 자리에 미국 씨넷의 스캇 기자가 앉아있다. (사진=페이스북)

(씨넷코리아=이민아 기자) 19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이 지난 수개월간 내부 가상회의에 사용해온 오큘러스 퀘스트 (Oculus Quest)2 VR 소프트웨어 베타버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공개했다.

이날 미국 씨넷 스캇 기자는 호라이즌 워크룸에 초대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날 수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날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와 향후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5월에 스캇 기자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출범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VR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 적 있었는데 이번에 호라이즌 워크룸을 체험해보며 더 명쾌한 답을 얻은 것 같았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 VR 헤드셋과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해질 가상 회의를 위한 무료 앱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호라이즌 워크룸은 베타 버전이며 VR 헤드셋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공간이 아닌 업무 처리까지 가능한 가상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화상회의 시스템은 이미 꽤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상회의가 앞으로도 계속 실시간 영상을 통한 방식에 머문다면 내게 그다지 신나는 경험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우리가 하는 많은 업무를 VR에 담아내려 한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을 때에도 VR을 통해 실재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하며 VR을 현재의 화상회의에서 더 나아가 브레인스토밍과 대화, 협업의 수단으로 바라봤다.

저커버그는 호라이즌 워크룸에 초대된 기자들 앞에서 먼저 실시간 영상을 통해 인사를 하고 곧이어 의자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3D 아바타로 구현했다.

페이스북에게 호라이즌 워크룸은 메타버스를 위한 퍼즐의 첫 번째 조각으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또한 3D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앱은 이러한 전략의 문을 여는 발판이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원격 작업을 위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씨넷 스캇 기자는 지난 3월, 홀로그램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알렉스 킵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원격회의 소프트웨어 ‘팀즈(Teams)’와 같은 작업 도구들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지에 대해 설명했다. ‘스페이셜(Spatial)’ 과 같이 아바타를 통해 줌 같은 화상 채팅이 가능하게 하는 회의 도구가 이미 출시되었지만 결국 이 도구들 또한 AR과 혼합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회의 참여자는 서로의 공유 정보를 볼 수 있지만 개인 PC 화면은 회색으로 표시된다. (사진=페이스북)

씨넷의 스캇 기자가 ‘호라이즌 워크룸’을 체험했을 때 실제로 그가 사용하고 있는 책상과 키보드는 물론 그의 컴퓨터 속 화면까지 매핑된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할 것인가 여부를 설정할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가 키보드를 향해 손을 뻗거나 책상을 만질 때면 VR 속 아바타 역시 그의 행동을 그대로 묘사했다.  

저커버그는 ‘호라이즌 워크룸’에서 실재하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객체와 물리적 객체의 융합” 이라고 일컫는 영역으로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더 나아갈 것을 시사하며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가 VR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VR은 메타버스에 접근하는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은 AR도 마찬가지”,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메타버스에 곧바로 접속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다음 주요 임무는 "메타버스"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2년 전에 시작해 아직 시험 중인  ‘호라이즌’ 플랫폼에 더 많은 소셜 툴을 접목하고 있는 점, 그리고 ‘워크룸’이 전략 중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페이스북 가상·증강현실(Reality Labs) 부문 부사장 앤드류 보스워스는 호라이즌 워크룸이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전에 개발을 시작했으며 2년이 흐른 현재, 대규모의 내부 테스트를 거쳐 이제는 베타 버전을 배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VR을 통한 회의는 평면적인 줌(Zoom)이나 다른 여느 화상회의의 경험보다는 기억하기에 더 수월할 가능성이 높다. 저커버그는 이에 대해 "우리는 물리적인 신호를 바탕으로 어떤 것들을 기억한다. 입체적인 VR 공간이 평소 우리가 원격 회의를 할 때 놓치기 쉬웠던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VR은 집중도를 높이는 만큼 우리의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캇 기자가 호라이즌 워크룸을 체험한 지 한 시간 가량 흘렀을 때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어서 VR 속에서 저커버그와 주위에 앉아있던 기자들이 다 함께 창 밖으로 안개 낀 정원과 물, 산, 그리고 빌딩이 드리워진 가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풍경 역시 VR을 통한 경험이었지만 스캇은 이튿날까지 마치 그가 그 곳에 직접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특정 키보드를 인식할 수 있고 컴퓨터 화면을 허공에 띄워 표시한다. (사진=페이스북)

호라이즌 워크룸이 작동하는 방식

호라이즌 워크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큘러스 퀘스트2와 윈도10 컴퓨터 또는 맥을 갖춰야 한다. 애플의 M1 칩이 탑재된 최신 맥은 다음달 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원격 데스크톱(Remote Desktop)’앱과 VR앱이 연결되면 실제 사용자의 컴퓨터 화면을 VR 공간에도 빚어낸다. 이보다 먼저 개발된 타사의 VR 앱과 VR 오피스 전용 앱에서도 이런 작업들이 가능하지만 페이스북의 ‘워크룸’만큼 이 둘을 잘 조합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초록색 셔츠에 턱수염을 기른 씨넷의 스캇 기자의 아바타가 맨 왼쪽에 보인다. (사진=페이스북)

아바타를 통해 보여지는 내 모습에 익숙해지기 

VR에서는 사용자의 모든 행동이 오큘러스 아바타를 통해 보여진다. 마치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처럼 말이다. 스캇 기자는 그가 실제로 자주 입는 격자무늬 셔츠에 둥그런 안경테, 턱수염을 아바타에 입혔기 때문에 한눈에 보더라도 그 둘은 많이 닮아보였다. 호라이즌 워크룸을 체험하는 동안 스캇 기자는 실제로 더 후줄근한 옷에 며칠간 수염을 다듬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 같은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VR 속 옆에 앉은 기자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돌릴 수도 있으며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카메라가 사용자의 손의 움직임 또한 파악하기 때문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거나 무언가를 가리킬 수도 있다. 

그리고 앱은 실제 책상의 위치를 매핑하고 그 위에 VR 책상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맥북에어를 포함, 특정 키보드를 인식할 수 있으며 실제 사용자가 손으로 타자를 치는 행동이 VR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통해 키보드 입력은 물론, 소파와 같은 가구까지 인식해 실제 공간을 VR에 더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라이즌 워크룸 안에서 구글 독스(Google Docs)나 슬랙(Slack) 같은 다양한 문서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단, 베타 버전이어서 그런지 도중에 연결이 끊길 때가 있어서 스캇 기자는 자신의 윈도PC의 그래픽 설정에 들어가서 통합 그래픽을 사용하도록 설정해야 했다.

호라이즌 워크룸에서는 강의실처럼 참여자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앉도록 자리 배치 설정도 가능하다. (사진=페이스북)

필요에 따라 참여자들이 원형 테이블에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거나 혹은 강의실처럼 한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있도록 자리 배치도 설정할 수 있다. 참여자들 누구나 문서나 사진을 띄우거나 글을 쓰고 지울 수 있는 칠판 또한 마련되어 있다. 오큘러스 컨트롤러가 마커펜 역할을 하도록 만든 방식은 꽤나 기발했는데 실제 사용자가 책상에 컨트롤러를 끄적 끄적하면 그것이 그대로 VR속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스캇 기자가 자신의 책상 위에 오큘러스 터치를 사용해 끄적거린 내용이 VR속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사진=페이스북)

그 밖에 워크룸과 연동되는 다른 페이스북 기능들은 아직 없다.

호라이즌 워크룸 앱에는 페이스북의 '메신저(Messenger)’기능이 없지만 이전에 퀘스트2 OS에서 메신저 알림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VR에서 앱과 OS의 경계가 어딘지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이어지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VR이 아닌 영상을 통해 참여하는 사용자를 보여주는 방식은 스페이셜(Spatial)앱의 그것과 유사하다. (사진=페이스북)

앞으로 나아갈 방향

VR속에서 실제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멀티태스킹의 큰 도약이지만 페이스북은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시험하고 있다. 퀘스트2는 올해 초 전화 알림 기능을 추가했지만 보스워스 부사장에 따르면 퀘스트2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띄우기 위한 시스템 차원의 지원은 없을 것이며 올해 출시할 스마트 안경에서도 AR까지는 아직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단, 2014년 오큘러스  인수 후 “그것이 게임 장비에 그치지 않고 친목 도모와 업무 처리, 그 밖에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라고 보스워스는 전했다.

VR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느낌은 줌을 통한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인위적이지만 때로는 더 사실적이기도 하다. IT전문 매체 기자답게 씨넷의 스캇 기자는 VR을 통한 비대면 회의가 더이상 낯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에 있던 책상과 컴퓨터가 ‘호라이즌 워크룸’에서 매핑된 점, VR속 그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문서를 타이핑하는 동안 그의 손으로 온전히 키보드를 느낄 수 있었던 점을 꼽으며 그가 실재하는 공간에 와 있는 듯 느껴졌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기기를 VR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언젠가는 사용자의 책상과 키보드 뿐 아니라 방 곳곳을 매핑하여 가상 공간에 담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이 이번에 공개한 호라이즌 워크룸이 아직 그것의 초기 단계에 불과할지라도 혼합 현실(물리적 객체와 가상 객체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이 이만큼 다다랐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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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owl@cnet.co.kr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