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렬해진 디자인과 자동문 적용...놀랄 만큼 달라진 인테리어로 의전차량 역할 ‘톡톡’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값비싼 호캉스나 오마카세에 다녀온 경험을 SNS에 올리는 인간의 심리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과시 욕구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드러내고 싶은 심리,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OOO로 답했습니다.”라는 카피로 화제가 됐던 어느 차량 광고가 생각난다. 내가 어떤 차를 타는지 과시하고 싶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캐딜락 대표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다.
성공한 사업가의 오피스라고 하면 스카이 뷰를 품은 고층 빌딩이 연상된다. 에스컬레이드는 거대한 차체로 운전 중에 다른 차들을 내려다보는 경험이 상쾌한데 그들의 기분이 이런 걸까 싶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전면부 그릴과 수직 라이팅 디자인이 보여주는 존재감은 경쟁 차종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페이스리프트를 마치고 돌아온 이번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가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살펴봤다.
■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익스테리어 디자인
과거에는 손님 의전이 가능한 ‘럭셔리 카’로 세단을 적극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추세가 바뀌고 있다. SUV나 밴으로도 2열 좌석에서 최상급의 럭셔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차체 덕에 타고 내리기도 더 쉽다. 게다가 이번 시승한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ESV 모델로 기본형보다 긴 5,790mm 전장이다. 전고는 1,935mm에 달해 약 2m 높이 제한이 있는 진입로를 유의해야 한다. 전폭은 2,060mm로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차에서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행인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거대한 덩치는 지하 주차장 출입도 어렵지만 멋진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이런 불편함은 잊혀 진다.
전면부에서 변화는 헤드램프가 세로형으로 바뀌어 아래 주간 주행등 위치로 내려왔다. 이번 에스컬레이드 역시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과 스포츠 플래티넘까지 2가지 트림인데 외관 디자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승차량은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모델로 번쩍이는 크롬 장식이 눈에 띄며, 스포츠 플래티넘 모델은 메시 타입 그릴로 각기 다른 개성이다. 차키를 지니고 다가가면 화려한 웰컴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마치 차가 나를 모시는 느낌이다. 휠 사이즈는 무려 24인치에 달하는데 차체가 워낙 크니 오히려 잘 어울린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알렌자다.
측면에서 단연 하이라이트는 전자동 탑승문이다. 1·2열 모두 손잡이 안쪽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데, 장애물 감지 센서까지 있어 옆 차량이나 벽면에 충격할 걱정도 없다. 이 자동문은 차내 1열과 2열에서도 터치 조작으로도 개폐가 가능하다. 문을 열면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내려와 계단을 오르듯 탄다.
후면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다. 리어 램프 안에 포함된 방향지시등이 빨간색으로 점등된다. 트렁크 도어는 캐딜락 로고를 눌러 열며, 리어 글라스만 여닫는 버튼도 따로 있다. 트렁크 공간은 1,175리터에서 시트를 접으면 4,027리터까지 확장된다. 3열 시트를 펼치고도 드넓은 적재 공간은 이 차만이 가능하겠다.
■ 페이스리프트 수준이 아닌데? 놀랄 만큼 달라진 인테리어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또 한 번 입이 벌어진다. 운전석 끝부터 조수석 끝까지 이어지는 필라 투 필라(Pillar to Pillar)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가 탑승자를 맞는다. 계기판 화면부터 센터 디스플레이까지는 한 판으로 이어지며, 동반석 화면은 따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동반석 화면은 안전을 고려해 운전자가 한 눈을 팔 수 없도록 각도에 따라 검게 처리된다.
가로 선으로 길게 이어진 레이아웃과 우드 장식은 마치 미국 상류층이 사는 저택 거실처럼 느껴진다. 스피커는 AKG 스피커가 최대 40개로 디스플레이 양쪽, 헤드레스트. 천장, 대시보드까지 덮었는데, 음질이 워낙 뛰어나 음악 감상이 즐겁다. 또한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빠졌다.
대시보드 아래로는 또 다른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여기서는 자동문 개폐와 공조 장치 등을 컨트롤할 수 있다. 터치 조작감은 딜레이가 없어 답답하지 않으나 지문이 쉽게 묻어 깔끔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화려한 무늬로 가공된 원형 다이얼로는 센터 디스플레이 조작이 가능하다. 암 레스트는 거대한 사이즈라 동승자와 살갗이 맞닿을 일이 없다. 커버를 열면 꽤나 깊숙한 냉장고가 있는데 약한 냉장 성능이 아니라 정말 음료가 차가워진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의전에 초점을 맞춘 만큼 2열에도 힘을 줬다. 2열 시트는 이그제큐티브 시트 패키지라고 하는데 리클라이너는 없지만 전동식으로 등받이 각도 조절도 가능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각 좌석에 개별적으로 HDMI 연결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으며, 접이식 테이블을 펼쳐 노트북 사용이나 간단한 취식도 가능하다. 2열 좌석 가운데에도 중앙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열선과 통풍을 비롯한 공조 장치와 자동문 개폐, 마사지 등 기능을 제공한다. 3열은 2열 시트를 접어 진입하는 방식이다. 차체가 워낙 커서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 성능과 주행 느낌은?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6.2L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출력은 426마력, 최대 토크는 63.6kg·m인데, 공차 중량이 2.9톤에 이를 정도로 무거워서인지 시원한 가속력은 보여주지 못한다. 차량의 성격을 놓고 보자면 속도감을 즐길 차는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힘이 부족한 느낌은 아니며,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칭찬하고 싶다. 주행감은 과거 미국 차에서 느꼈던 물렁거림은 아닌데, 유럽 차들처럼 단단한 느낌도 아니라 균형감이 느껴진다. 브레이크 응답성은 약간 늦는 편이라 제동하고 싶다면 미리 마음먹어야 한다.
스티어링 휠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륜 하이 기어 주행이나 사륜 하이 또는 로우 기어를 선택할 수 있는 패널이 보인다. 상황에 따라 직접 선택도 할 수 있지만 오토로 설정하면 신경쓸 필요는 없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도 탑재한 차량인 만큼 차체를 올리고 내리는 버튼도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 스포츠, 오프로드, 견인/운반, My Mode 중에 택할 수 있다.
특히 초당 1000회 이상 노면 데이터 분석으로 실시간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캐딜락이 자랑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개선된 승차감이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24인치보다 작은 휠을 적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연료 탱크 용량은 91리터, 복합 연비는 리터당 5.9km로 발표됐다. 자연흡기 엔진이거니와 무거운 차체, 대배기량인 탓에 낮은 연비는 어쩔 수 없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연비운전을 하면 때에 따라 리터당 10km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국내 출시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기본형이 1억6천607만 원,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는 1억8천807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