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개성과 아기자기함 살린 디자인...안정적인 승차감과 경쾌한 코너링 갖춰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지프 콤팩트 SUV '레니게이드'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신선함과 파격을 또 한 번 느꼈다. 지프 브랜드 첫 번째 전기 콤팩트 SUV, ‘어벤저(Avenger)’를 만난 소감이다. 지프 브랜드 차종 가운데 가장 작은 체구지만 특유의 다부진 느낌이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구나 싶다.
어벤저는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영락없는 도심형 SUV지만 지프 혈통을 증명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매력적인 경쟁 차종이 가득한 국내 소형 전기 SUV 시장에서 지프가 찾은 돌파구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 “작아도 어디든 갈 수 있겠다” 톡톡 튀는 디자인, 다부진 첫인상 합격점
지프 어벤저는 전장 4,058mm, 전폭 1,775mm, 전고 1,560mm, 휠베이스는 2,560mm로 작은 체구지만 귀엽다기보다는 근육질이 연상되는 당찬 이미지를 가졌다. 경쟁 차종으로는 기아 EV3, 볼보 EX30 등이 꼽힌다. 이런 이유는 어느 차종보다도 짧은 편에 속하는 오버행으로 보인다. 이런 덕분에 차가 경사를 오를 때 앞 범퍼가 장애물 걸림 없이 오를 수 있는 진입각, 반대로 차가 경사로를 내려올 때 뒷 범퍼 걸리지 않고 이탈할 수 있는 이탈각에서 유리하다. 국내 출시된 어벤저는 전륜구동 사양이지만 지프 브랜드 방향성이 오프로드인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배터리가 바닥면에 깔리는 전기차임에도 지면에서부터 약 20cm 높이를 확보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차량 하부에는 흠집에 강한 플라스틱 소재를 적극 사용해 마음이 놓이며 동시에 강인한 이미지를 풍긴다.
어벤저 얼굴은 지프 브랜드 상징과 같은 세븐 슬롯 그릴이 전기차 특유의 막힌 형태로 자리했다. 전면 헤드램프는 원형이 아닌 각진 눈매로 터프한 인상에 측면 라인은 힘 있게 직선을 쭉쭉 그어나갔다. 어벤저 시승 차량은 론지튜드·알티튜드 트림 가운데 고급형에 속하는 알티튜드이며, 투톤 바디 컬러로 루프는 블랙으로 처리해 다이내믹함 더한다. 리어 램프는 예로부터 지프 후면에 매달린 보조 연료통 ‘제리캔(Jerry-Can)'이 떠오르는 X자 디테일을 넣었다. 이는 다른 지프 모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던 디테일이다.
특히 어벤저에는 지프 개성을 살린 이스터 에그 요소들이 외관 곳곳에 숨어있다. 전면 그릴 하단이나 앞 유리, 휠과 리어 스포일러 안쪽 등에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지프 어벤저는 콤팩트 SUV로 실내 공간이 여유롭지는 않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 앉기에 2열은 헤드룸이나 레그룸이 넓지는 않다. 이에 3~4인이 함께 타기보다는 1~2인이 탈 차량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겠다. 인테리어는 수평 구조를 채택해 시각적으로는 넓어보이며, 대시보드 곳곳에 수납공간을 배치해 실용적이다. 계기판은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센터 디스플레이 역시 10.25인치 크기로 답답하지 않다. 또한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빠른 스마트폰 연결로 음악 스트리밍과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편하다.
■ 작은 차답지 않은 뛰어난 고속 안정성, 발표 수치보다 높은 주행가능거리
경차 또는 소형차를 타는 사람들은 운전이 쉽다는 장점과 반대로 고속 주행 안정성에서 다소 불안함이 느껴진다는 걸 큰 단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지프 어벤저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벗고 경쾌한 주행 느낌을 선사했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실력도 불편함 없이 차분하게 넘는 편이며, 시속 120km 이상 고속 주행에도 스티어링 휠이 떨리거나 불안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승차감도 체급 이상으로 훌륭한 편이며, 생각보다 민첩한 움직임은 마치 푸조를 연상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프와 푸조는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에 있는 브랜드로, 어벤저는 푸조 e-2008과 같은 eCMP 플랫폼을 적용한 차다.
지프 어벤저는 최고 출력 115kW(약 156마력)을 발휘하며 최대 토크는 26.5kg·m(270Nm)이다. 동급 경쟁 차종들과 비교해 강력한 힘은 아니나 시원시원한 가속감을 느껴보면 영락 없는 전기차다. 한 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은 전기차 주요 단점으로 꼽히는 멀미, 이질감이 없다는 것.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느낌으로 2~3명 동승자들 역시 멀미를 호소하지 않았다. 기어는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D버튼을 두 번 누르면 B버튼이 점등되며 회생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 여기서는 국산 현대차·기아 차종과 비교해 레벨 2~3 사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맞다.
CATL 54kWh 배터리를 달고 등장한 어벤저의 환경부 기준 주행가능거리는 295km/kWh로 발표돼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시승 기간 중 배터리를 100% 충전했을 때 확인된 주행가능거리는 400km/kWh 정도로 보였다. 주행 모드를 에코로 설정하고 잠시간 달렸을 때 소비전력효율은 1kWh당 7.0km으로 측정됐다. 계절에 따라 전비 컨디션 차이는 보일 수 있으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를 달린다면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시티카로 활용함이 맞겠다.
■ 지프 어벤저만이 가진 특별함은....
지프 어벤저는 동급 차종 대비 다소 높은 가격대와 짧은 주행가능거리가 아쉬움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프 브랜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성적 디자인, 사륜구동은 아니지만 오프로드에 유리한 차체 설계는 타 차종에선 보기 힘든 매력요소다. 특히 뛰어난 승차감과 안정적인 고속 주행 능력은 소형차라고 얕봐선 안 될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내 출시되는 어벤저 트림은 기본형 론지튜드와 고급형 알티튜드로 2가지다. 고급형에는 가죽시트와 엠비언트 라이트, 차선 중앙 유지 보조, 전측방 주차 센서, 블랙 투톤 루프와 스포일러 등 안전운전을 돕는 부가 기능과 감성적인 디자인 요소 정도 차이를 보인다. 차량 가격은 론지튜드가 5천290만 원, 알티튜드가 5천640만 원으로 책정됐다. 보조금은 서울시 기준 441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 구매가는 론지튜드 기준 4천만 원 후반대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