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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여, '대작' 말고 '다작'을 달라

다양성 떨어지는 넷플릭스에 왓챠플레이 ‘의문의 1승’

넷플릭스 폭풍이 찻잔 속 태풍으로 위세를 잃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사진은 2015년 10월 넷플릭스 체험 행사)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영화나 드라마를 기대했던 이들이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면서 넷플릭스 가입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아직까지 각 국가별 가입자 수를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인 닐슨 코리안클릭은 지난 3월 월간 실제 이용자 수가 최대 6만 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했다. ‘지각변동을 일으킬 초대형 태풍’으로 꼽혔던 넷플릭스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 위세를 잃은 것이다.

한 달만에 해지하는 사람들 “볼 것이 없다”

넷플릭스는 초반 광고나 중간 광고가 없고 한 달동안 무료로 써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초기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심지어 언론사에는 UHD 화질로 최대 5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프리미엄 상품 1년 이용권까지 뿌렸다. 그러나 한 달 이후에도 유료로 가입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 폴로’ 등 화제작만 보고 탈퇴하는 사람들이 많다.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 개시 당일부터 가입해 써 오던 한 20대 중반 대학생은 6월 초 넷플릭스 서비스를 해지했다. 해지한 이유를 묻자 “미국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는 충실하지만 다른 볼 거리가 너무 없었다”고 답했다.

또다른 30대 직장인 역시 넷플릭스 무료 이용기간 이후 서비스를 해지했다. 그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때문에 시청했지만 취향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연장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관점은 다르지만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단 하나, 미국 드라마나 영화 이외의 다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 개시 당일 언론사에 1년 이용권을 뿌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2016년 6월 현재 넷플릭스에 등록된 국내 등록 영화나 국내 드라마 중 최신 작품은 없고 그 수도 적다. 한국 진출 초기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은 영상까지 올렸다가 지적을 받고 부랴부랴 관련 영상을 모두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일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서로 다른 주제로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겹치는 경우도 흔하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VPN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 영상을 시청하는 ‘국적 세탁’도 막은 상태다. 미국의 풍부한 영화, 혹은 일본의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넷플릭스를 해지했다.

“대작이 아니라 다작을 원하는데⋯”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데이에서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콘텐츠 보강은 매주 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들어간다. 시청률, 흥행 수치와 가입자들이 보는 콘텐츠를 연구하고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콘텐츠를 언제까지 보장할지는 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오리지널 시리즈인 옥자를 제작중이며 K팝 스타와 한국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도 준비중이다. 2년 안에 많은 것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용자는 ‘다작’을 원하지만 넷플릭스는 ‘대작’만 이야기한다.

한국 배우나 가수, 아이돌, 혹은 한국 감독의 대작이 없어서 넷플릭스를 해지하는 사람들은 적다. 한국 특화 콘텐츠는 지상파나 케이블TV, 혹은 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은 과거에 나온 외국 영화나 드라마라도 제한 없이 풍족하게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런 욕구를 채워주기에 아직도 턱없이 모자라다. 스타크래프트1에 빗대자면 나는 당장 저글링 열두 유닛으로 구성된 두 부대가 필요한데 동맹을 맺은 우리 편에서는 자꾸만 “울트라리스크 두 마리를 보내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답답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에 아직 ‘다양한 콘텐츠’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4K·셋톱박스 내세우지만 “글쎄⋯”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로 4K 자체제작 콘텐츠가 있다. 30일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 방송 중 4K(UHD) 콘텐츠를 확보한 곳은 없지만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을 통해 고화질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는 올 하반기부터 수도권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舊 씨앤앰)와 제휴해 넷플릭스 앱을 내장한 셋톱박스인 ‘딜라이브 플러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는 기존 스마트TV나 대형 TV에 연결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국내 이용자 중 75%가 TV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고화질·고선명 콘텐츠의 장점을 체험하기 힘들다. 또 통신사 셋톱박스가 있는데 굳이 넷플릭스 때문에 15만원이나 내며 제품을 구입할 사람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넷플릭스를 포함해 다양한 앱을 쓸 수 있는 애플TV 4세대 직구가 오히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넷플릭스 수신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

왓챠플레이 “시작은 한 발 늦었으나⋯”

반면 넷플릭스보다 한 달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플레이는 오히려 이런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6년 5월 출시한 모바일용 앱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합해 다운로드 20만 건을 기록했다. 왓챠플레이는 일주일간 1인당 평균 체류시간에서도 넷플릭스를 눌렀다.

닐슨 코리안클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왓챠플레이는 197분, 넷플릭스는 41분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해서 왓챠플레이가 4K나 HDR, 혹은 독자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왓챠플레이의 자매 앱인 왓챠 이용자들이 5점 만점에 3.5점을 매긴 영화와 드라마 6천여 건을 들여왔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 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적어도 현재는 왓챠플레이에 더 볼거리가 많다. 대작이 아니라 다작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한, 넷플릭스는 하반기에도 고전할 수 밖에 없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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