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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뿌리고 물에 담궈도 끄떡 없죠'...러기드PC 극한 테스트

대만 제조사 지텍(Getac) "제약회사·이동통신사 등 특이한 수요처 많다"

러기드 PC의 키보드 위에 흙을 쏟아 부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11년 이후 노트북·태블릿 시장의 트렌드는 '경량화'다. 다소 내구성을 희생해도 무게와 두께를 최대한 줄여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대세다.

이와는 반대로 휴대성보다는 내구성을 중시한 제품도 있다. 바로 '러기드'(Rugged)라고 불리는 제품군이다.

러기드 PC는 급격한 온도 변화나 충격, 침수 등 악조건 속에서도 정상 작동하도록 특수 설계된 제품이다. 모래가 휘날리는 사막이나 먼지가 날리는 공장, 혹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야외에서도 정상 작동하도록 내구성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9일 러기드 PC를 유통하는 러기드코리아의 협조 아래 대만 제조사 지텍(Getac)이 제조한 러기드 노트북과 태블릿의 화면 시인성과 방진·방수, 내구성 등을 직접 확인해 봤다.

대부분의 노트북 컴퓨터는 전력 소모와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을 감안해 화면 밝기를 어둡게 설정한다. 이 때문에 직사광선이 비치는 환경에서는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러기드 PC는 실내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문제 없이 쓸 수 있도록 화면 밝기는 물론 LCD 패널 코팅 등 처리를 통해 시인성을 개선했다. 러기드코리아 관계자는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광 아래서도 선명하게 화면이 보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키보드에 물이나 커피 등 음료수나 액체를 쏟아 노트북을 망가뜨리는 사고는 의외로 흔히 일어난다. 당분이 포함된 콜라 등이 쏟아지면 키보드 아래 메인보드로 스며들어 노트북 전체를 망가뜨린다.

러기드 태블릿을 물에 빠뜨렸다 꺼내도 이상이 없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는 노트북 이용자라면 누구나 상상도 하기 싫을 시나리오다. 그러나 러기드 PC는 키보드는 물론 외부에 노출된 각종 단자를 실링 처리해 물은 물론 외부 먼지가 스며들어도 쉽게 고장나지 않는다.

키보드 위에 흙을 뿌린 다음 깨끗한 수돗물로 씻어내자 키 사이 사이에 숨어 있던 흙먼지를 머금은 흙탕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물기를 말끔히 털어내고 수건으로 닦아 내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 작동한다.

물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케이스에 이 PC를 완전히 담근 다음 남아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잘 흔들어 헹구고 꺼내도 작동에는 이상이 없다. 태블릿 역시 마찬가지다.

카페나 도서관, 혹은 사무실 등에서 바닥에 노트북 어댑터를 놓고 쓰다가 누군가 이를 건드려 노트북이 책상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일은 흔히 벌어진다.

수돗물로 키보드를 씻어내자 흙탕물이 흘러내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렇게 낙하 충격이 가해지면 주로 LCD 디스플레이가 파손되어 비싼 수리비를 치러야 한다. 심한 충격으로 디스플레이와 본체가 분리된다면 새 제품을 장만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힌다.

그러나 러기드 PC는 낙하 등 일상적인 충격에도 잘 버티도록 튼튼히 설계된다. 지상에서 1미터 높이 받침대 위에 올려 놓은 다음 툭 밀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리거나, 혹은 태블릿을 바닥으로 던지는 등 충격에도 정상 작동한다.

여간한 충격으로는 고장나지 않는 제품을 보고 오기가 발동했다. 이번에는 아예 제품을 고장내겠다는 각오로 손목 스냅을 활용해 힘을 실어 말 그대로 패대기쳤다(영상 참조).

노트북은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시착했다. 바닥에 직접 충돌한 노트북 외부에는 깊이 패인 상처가 남았고 배터리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충격 때문에 본체에서 분리되어 나뒹굴었다.

러기드 PC는 각종 단자를 실링 처리해 외부 이물질 유입을 막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반 노트북 컴퓨터라면 이미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회생 불가' 판정이 내려질 상황이다. 그러나 배터리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다시 장착하고 전원을 켜자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정상 작동했다. 실망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하 20도의 냉동실과 영상 50도의 온장고에 한 시간 가량 방치했던 러기드 PC와 태블릿의 작동 상태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노트북 컴퓨터는 극저온에 노출될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떨어져 전원이 아예 켜지지 않거나 방전된다.

그러나 영하 20도 온도에 방치된 러기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넣자 정상 작동한다. 30도 가까운 온도차로 화면에 서리가 생기는 정도다. 온장고 안에 방치된 러기드 태블릿 역시 부팅은 물론 터치 등 화면 조작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러기드 PC는 내구성을 강조한 설계 때문에 대당 수백 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는 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러기드 PC는 국내 시장에서도 예상 외로 수요가 많은 제품이다. 러기드코리아 이재성 대표는 "공장 안에서 미세한 먼지가 날리는 제약 회사, 혹은 극저온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이동통신 기지국 현장 등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의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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