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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딜러, 연말 진상 손님에 매해 골머리···극한 직업 '감정 노동자' 탈출구 없나

각양각색 피해 사례로 감정노동에 노출···상담요청은 느는데 지원 예산은 감소

서울 소재 한 수입차 전시장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올해도 연말 시즌이 다가왔다. 유통 업계에서는 연말이 되면 부족한 실적에 힘을 쏟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매달 할인 정책을 바꾸는 회사와 고객 사이에 있는 자동차 딜러, 영업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연말이 되면 항상 힘든 시기에 직면하곤 한다. 소위 '감정 노동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권리보호센터에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상담을 호소하곤 하지만 이런 복지 시스템도 예산 문제로 인해 구멍이 뚫리는 실정이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mini 컨트리맨 차주인데 너무 열받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게시물을 올린 A씨는 지난 10월 말 미니 컨트리맨을 구입했다. A씨가 차량을 출고 받은 후 다음 달인 11월 프로모션 혜택이 더 늘어난 것을 알고 이에 격분해 해당 영업사원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다.

차량 할인 프로모션 변동에 불만을 품은 차량 구매자가 올린 인터넷 게시물 (캡처=보배드림 커뮤니티)

커뮤니티에 해당 글이 올라오자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지만 대부분 반응은 자동차 딜러 편이었다. 특히 판매 최전선에 있는 자동차 판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건에 대해서 억울하다는 입장과 의견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 한 딜러는 “다음 달에 적용될 할인 프로모션 내용을 우리 자동차 딜러가 미리 알 수도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본사 판매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딜러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이렇게 소비자들과 마찰이 생길 때마다 상당히 곤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법조계도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다. 이번 게시글 사연처럼 특정 모델이 전월 대비 할인 혜택이 큰 폭으로 늘어나 몇몇 소비자들이 차량 등록 취소를 요구하거나 소송을 불사한다 해도 대부분 소비자 뜻대로 해결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소비자가 이번 게시글처럼 만약 10월에 차량 인수에 동의를 하고 차량을 인도받은 뒤라면, 다음 달(11월) 프로모션에 대한 불만 때문에 민사 소송까지 강행한다 해도 이는 승소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 전선에 있는 자동차 딜러들은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연말에 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임과 동시에 본사 프로모션 정책 또한 미리 알 수도 없는 형국이라 본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상처를 받고 있는 이들은 결국 영업 전선에 있는 이들이다.

이처럼 서비스직이나 판매,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도의 직무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른바 '감정 노동자'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유금분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심리상담팀장은 “한 해에만 약 2천400 건 정도 직무 스트레스로 심리상담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상담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서비스직에 오랜 시간 종사하신 분들은 여러 번 상처를 받아 깊은 내상을 입은 분들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직장 내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도 많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 심한 경우는 병원 치료를 병행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는 지난 2016년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조례 지정으로 서울시 감정노동자를 위한 정책 속에 태어난 곳이다. 당시 서울노동권익센터로 개인 심리상담, 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결국 2018년 10월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가 오픈해 지금까지 활발히 운영돼오고 있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은 주로 센터를 내방하는 심리 상담과 찾아가는 심리 상담, 그 외에 권역별 거점 센터에서 이뤄지는 심리상담으로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최대 센터 내방 심리상담이 500여건 이상, 찾아가는 객원상담사 실적은 약 800건에 달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개소 이래 약 2년여 간 이뤄졌던 약 900건에 미치는 수치였다. 이처럼 높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서비스직이나 판매, 영업직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들도 최대 10회까지 심리 상담을 무료로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러한 복지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상담요청 건수는 늘어가는 가운데, 올해는 지원 예산까지 줄어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올해 예산은 상반기에 모두 소진돼 많은 이들이 심리상담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예산 삭감이 추가적으로 있을 예정이라 치유프로그램 진행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다"고 덧붙였다.

신동민 기자shine@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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