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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쉬츠 엑스리얼 CEO "애플·테슬라, 그리고 엑스리얼···AR 글래스 생태계 만들 것"

AR 글래스 글로벌 시장 1위 ‘엑스리얼’…BMW·니오와 공간 컴퓨팅 파트너십까지

쉬츠 엑스리얼 공동 창업자 겸 CEO (사진=씨넷코리아)

(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올해는 진짜 가상·증강현실(VR·AR) 전성 시대가 열릴까. 증강 현실 관련 업계는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다. 다른 기업도 아닌 글로벌 IT 공룡 기업 애플이 증강 현실 헤드셋을 내놨기 때문이다. ‘애플이 만들면 다르다’는 기대감 속에 등장한 ‘비전프로’.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 초반 관심과 달리 분위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콘텐츠가 부족해서였을까. 혁신이 부족해서였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무거운 무게, 즉 불편한 착용감이었다.

스키 고글처럼 생긴 증강 현실 헤드셋은 불편한 착용감이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애플 비전프로 외에도 메타(Meta) 퀘스트 시리즈, HTC 바이브도 마찬가지다. 헤드 스트랩도 많이 개선됐지만 머리와 얼굴을 감싸는 이 형태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증강 현실 헤드셋을 안경처럼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나온 게 AR 글래스다. 이제 8년차를 맞이한 중국 스타트업 ‘엑스리얼(XREAL)’이 만든 AR 글래스는 안경 프레임 안에 최대 300인치 대화면을 보면서 공간 음향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전용 앱을 이용하면 3D AR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을 담고도 무게는 70g대다. 불편한 고글 헤드셋들과 다른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다. 거리에 쓰고 다녀도 이질감 조차 없다. AR 매력에 푹 빠져 창업, 그리고 글로벌 1위 달성까지. 쉬츠(Chi Xu)’ 엑스리얼 공동 창업자 겸 CEO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IT 박람회 'CES 2024' 메타버스관 내 마련된 엑스리얼(XREAL) 전시부스 전경. (사진=씨넷코리아)

“미국서 처음 접한 AR, 그때부터 전 미래 스마트폰을 대체할 제품이란 확신이 들었죠”

지난 1월 글로벌 IT·가전제품 기술 박람회 ‘CES 2024’에서는 VR·AR·MR 등 가상현실 기반 테크 기업들을 한데 모은 ‘메타버스관’을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안에 마련된 이 공간에서 엑스리얼이 단연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메타버스관 내 가장 큰 규모로 세워진 엑스리얼 부스에는 이날 함께 공개된 신제품 ‘에어 2 울트라’ 시연을 위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인터뷰 존에서 만난 쉬츠 CEO는 갓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처럼 보였다. 1984년생. 한국 나이로 40살인 그는 본인이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다는 확신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엔비디아에서 짧은 인턴 과정 이후 매직리프(Magic Leap)란 곳에서 처음 AR을 접하게 됐어요. 증강 현실이 내 눈앞에 구현되는 걸 보니 정말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전 이때부터 AR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제품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친구와 함께 2017년 엔리얼(Nreal, 현재의 엑스리얼)을 창업한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그는 안경 프레임 안에 AR 헤드셋에서 구현되는 모든 기능을 담아야 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2019년,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는 그렇게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퀄컴 스냅드래곤 845 기반에 1080p 해상도를 지원한 첫 AR 글래스 무게는 단 80g. 그해 출시한 경쟁사 제품인 ‘오큘러스 리프트 S’가 500g대였단 걸 기억하면 6배 이상 가벼운 수준이었다.

“처음 제품을 내놨을 때 사람들은 우리의 AR 글래스로 세상을 다르게 볼 거라 생각했어요. 하드웨어 말고도 AR 전용 앱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수십억을 투자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데만 집중하더라고요. 그렇게 입소문이 나서 판매는 잘 됐지만 그때부터 우리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죠.”

실제로 당시 구매자의 70%는 영상을 즐기는데 AR 글래스를 사용했다. 엑스리얼 자체 조사 결과를 받아든 쉬츠 CEO는 AR 콘텐츠 성숙도가 시장 기대와 달리 미비한 수준임을 인정해야 했다. 그와 엑스리얼팀은 AR 콘텐츠 대중화를 위해선 기기 보급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화질’에 집중해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좋은 기기에 일단 집중했다. 지난해 출시한 ‘에어 2’ 시리즈는 입문자와 중급자를 위한 제품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전문가용과 개발자용인 ‘에어 2 울트라’까지 모든 라인업을 완성시키는데 성공한다.

한 관람객이 엑스리얼 부스에서 AR 글래스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것처럼 우리도 똑같아요. AR 글래스를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지난 1월 엑스리얼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35만여 대 AR 글래스 출하량 달성.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들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추게 된 셈이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다른 증강 현실 헤드셋 제품보다 더 작게 만들어야 하는 도전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전 세계 공장이 모두 모여있는 중국이지만 최고의 부품을 만드는 파트너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일정을 잡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품질 보장까지. 모든 게 전례가 없는 과정이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개발부와 생산부와의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모든 팀이 한 곳에 붙어있어요. 스타트업이 이렇게 몇 만 대의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우리는 그걸 해냈죠. 사실 AR 글래스 리더로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하드웨어 공급 과정이에요. 기술의 도전도 있지만 이 최고의 부품들을 다시 최고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워낙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 파트너사들도 어려워해요. 더 예쁘고 완벽하게 보여주는 거. 마치 춤을 추는 사람이 쇠사슬에 묶여서 춤을 추는 느낌이에요. 답답하고 어렵죠.”

쉬츠 CEO는 애플이 아이폰을 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없다시피 한 수준이었죠. PDA폰이 더 익숙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폰이 모든 걸 바꿨잖아요. 그리고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하게 됐죠. 이 모든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은 제품 개발과 생산 모두 같이 따라와야 해요. 애플도, 테슬라가 이 어려운 걸 해낸거죠"라고 말했다.

“엑스리얼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AR 글래스를 처음 공개한 이후 우리는 이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신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걸 독점해선 안 돼요. 시장에 참여하고 싶은 후발주자를 위해 공유해야 해요. 그래야 그 산업 안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좋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야 그 분야 산업이 커지고 소비자들도 더 이해하게 될 거에요. 시장도 더 성숙해지죠. 그게 우리가 걷고 있는 길입니다."

CES 2024에는 엑스리얼 외에도 다양한 AR 글래스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글로벌 가전제조사 TCL이 내놓은 ‘레이네오 X2 라이트’나 ‘레이네오 에어2’, 에이수스 ‘에어비전 M1’, 레노버 등 경쟁 제품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경쟁사 시장 참여에 대한 우려에 쉬츠 CEO는 오히려 반갑다고 말한다.

“처음 산업 전환기가 오게 되면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함께 후발주자들도 성장을 하기 마련이에요. 애플이나 테슬라도 똑같죠.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이들이 만든 방식이 성공하니 다른 기업들도 시장에 참여하는 거죠. 전통적인 제품을 만들어오던 덩치 큰 기업들이 새 시장에 제품을 내는 건 오히려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전 더 환영한다는 입장이에요. 그들이 AR 글래스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건 이 시장에서 미래를 봤다는 거잖아요. 우리가 간 길이 맞다는 걸 증명한 겁니다.”

엑스리얼과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가 손잡고 진행 중인 증강 현실 라이드 콘셉트 프로젝트. 

엑스리얼, 2024년 B2B 시장 진출 본격화…BMW·퀄컴·니오 등 파트너십 발표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가격과 성능 별로 라인업을 모두 구축한 엑스리얼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에어 2 울트라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초석이다. AR 글래스 본 취지인 ‘증강 현실’ 구현도 더 새로워진다.

첫 번째 도전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부터 독일 대표 자동차 제조사 ‘BMW’까지 자동차 안에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드라이빙 혁신을 위한 도구로 재탄생한다.

CES 2024 기간 동안 운영된 ‘BMW 플라자’에서는 엑스리얼과 BMW가 함께 구현한 증강 현실 라이드 콘셉트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 핵심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AR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엑스리얼 AR 글래스를 착용하면 콕핏 위로 3D 맵이 떠오르면서 경로를 안내해준다. HUD보다 더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주차 경보 장치도 3D로 구현된다. 도로 위 트래픽콘에 가까이 다가가면 실시간으로 3D 막대가 차 주변에 떠오르면서 차량과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준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겐 색다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 엑스리얼과 BMW는 장거리 이동 시 영화나 드라마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햇빛 가리개를 이용한다. 햇빛 가리개를 내리면 AR 글래스가 그 부분을 정확하게 인식해 영상을 띄어준다. 빛 때문에 영화를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밖에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AR 게임도 구현하는 등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즐길 수 있는 증강 현실 경험을 제공한다.

BMW 증강 현실 라이드 콘셉트 프로젝트 시연 모습. 엑스리얼 AR 글래스를 착용하면 도로 위에 전기차 충전소 위치 안내나 경로 안내, 주차 경보 장치를 실시간 3D로 구현해준다. (사진=BMW)

니오는 스마트 전기 플래그십 SUV ‘ES8’로 대형 영화 라이브러리와 ‘파노시네마(PanoCinema)’라는 오감 몰입형 조종석 경험을 제공한다. 엑스리얼과 니오가 공동 개발한 ‘니오 에어(Nio Air)’와 엔박스(N-box)가 결합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운전자는 AR 글래스를 착용해 실시간 주행과 함께 130인치 가상 스크린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밖에 퀄컴 테크놀로지스와 파트너십을 체결, 5G 리소르를 활용한 AR 애플리케이션과 공간 컴퓨팅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AR 글래스’ 본 기능인 증강 현실 기능도 강화한다. AR 전용 앱 ‘네뷸라(Nebula)’ 다음 버전인 AR 스페이스는 증강 현실 안에서 벌어지는 업무와 엔터테인먼트가 구현된 미래 공간 컴퓨팅을 제시한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엑스리얼은 올 초 6천만 달러(한화 약 800억 원) 투자 유치를 이뤄냈다. 누적 투자액은 3억 달러. 한화로 약 4천억 원 수준이다. 알리바바와 니오 캐피털, 젠틀 몬스터 등 투자자들이 엑스리얼 미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쉬츠 CEO는 “우리의 AR 글래스는 대중이 아직 이해하기엔 어려운 제품이 맞아요. 모든 사용자들이 AR 스페이스 기능을 바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게 사실이죠. 처음에는 그래서 영상 관람용으로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어요. 미래의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술로 봤던 것처럼 엑스리얼은 AR 글래스 하나만으로 우리가 꿈꾸는 모든 걸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에요. 그게 우리 엑스리얼이 꿈꾸는 방향입니다.”

CES 2024 LVCC 사우스홀 외부에 마련된 'BMW 플라자(PLAZA)' 존. BMW 증강 현실 라이드 콘셉트 시연을 도와줄 전기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다. (사진=씨넷코리아)

윤현종 기자mandu@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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