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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의 신청하면 주는 태블릿 가격의 실체

공부 열심히 한다고 상으로 주는 건 아닐텐데…

(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의 꾸준한 관심 분야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이다. 교육 시장에서의 성공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교육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장은 출혈같아 보이지만 사실 투자 행위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은 좀 다르다. 거액의 인터넷 강의를 결제하면 IT기기를 사은품으로 준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태블릿이다. 태블릿이 등장하기 전에는 PMP를 줬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습도구라는 점에서 궁합이 좋았을 뿐 아니라, 모두가 해피한 윈윈 모델로 자리잡았다.

학생 입장에서는 학습을 좋은 구실 삼아 저렴하게 태블릿을 얻을 수 있고, 학원 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더 많은 수강생을 모집할 수 있다. 태블릿을 납품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시간 많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모두가 만족을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면을 보면 분명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손해를 보는 주체는 소비자다. 태블릿을 사은품으로 주는 국내 주요 인터넷 강의 상품을 비교 분석했다.

문정아중국어 ‘MS 공식인증 태블릿’

최근 전현무 아나운서의 코믹한 연기가 담긴 CF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정아중국어는 강좌 신청시 태블릿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강좌를 평생 수강할 수 있는 ‘올패스 평생회원반’ 상품의 가격은 44만8천원인데, 여기에 29만8천원 짜리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인증 태블릿’을 함께 준다는 설명이다. 이 말대로라면 문정아중국어 강좌를 평생 15만원이면 들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한달 학원 수강료 정도에 불과한 좋은 기회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인증 태블릿’이다. 구체적인 모델 표기 대신 대단히 거창하면서도 묘한 신뢰감을 주는 명칭을 달았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사양 등을 비교해 볼 때 이 제품은 엠피지오가 만든 아테나8 태블릿이다.

현재 주요 오픈마켓에서 아테나8 16GB 모델은 최저가 9만원대에 판매된다. 문정아중국어에서 제공되는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인증 태블릿’과 차이점은 저장공간이 32GB로 좀 더 많다는 것과, 뒷면에 한글로 ‘문정아 중국어’라는 인쇄가 돼 있다는 것 정도다. 16GB 낸드 플래시의 원가를 감안하더라도 이 제품의 실제 가격은 아무리 많이 쳐줘도 10만 중반대를 넘어가기 힘들다.

보통 많은 기업들이 경품행사를 할 때 정가를 표시하는 것이 관례라는 점과, 정가는 기업이 정하기 나름인 가격이라는 점에서 문정아중국어의 이같은 가격표기를 무조건 비난하기 만은 어렵다. 그러나 엠피지오 공식 쇼핑몰에서 조차 16GB 모델의 소비자가격은 17만9천원이며, 13만9천원에 판매된다. 아울러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에서는 아테나8 16GB 모델이 9만9천원에 올라와 있다. 즉, 과도하게 시중가 대비 정가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문정아중국어 올패스 3개월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14만원을 더 내면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인증 태블릿’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테나8 16GB 모델에 마이크로SD카드를 구매하면 14만원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시중에서 일반 소비자가 엠피지오 아테나8 32GB 모델을 구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굳이 따지면 희소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영단기 ‘단기탭’

영어 회화학습으로 유명한 영단기에서도 문정아중국어와 유사한 상품을 내놨다. 6개월 프리패스 이용권 구매시 16GB 태블릿과 블랙박스 어학 교재를 포함해 39만9천원에 판매한다. 또한 12개월 프리패스 구매시에는 32GB 태블릿과 어학교재 그리고 30일 수강 연장, 회화 토플 강좌 등을 49만3천원에 제공한다. 각각 91%, 93%라는 어마어마한 할인율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 콘텐츠는 수강생이 많을 수록 원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가는 말그대로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적어도 태블릿 가격만 따져봐도 다소 부풀려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영단기에서 제공하는 ‘단기탭’의 제조사 역시 엠피지오다. 이는 기존에 파는 모델에 이름만 붙인 것이 아니라 엠피지오가 별도로 제작한 모델로 정식 명칭은 ‘ST 패드’다. 따라서 문정아중국어 태블릿 처럼 비교할만한 시중 모델은 없다. 그러나 앞서 문정아 중국어에서 제공하는 아테나8 모델과 비교하면 운영체제가 윈도우 8.1이 아닌 안드로이드 4.4 (킷캣)라는 점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거의 동일한 사양이다. 다만 정가가 29만8천원으로 표시된 32GB 모델의 경우 RAM 메모리가 2GB라는 점에서 약간 더 높다.

보급형 태블릿 시장에서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정책적으로 운영체제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탭’ 역시 시중 가격 대비 태블릿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표기한 다음 ’사장님이 미쳤어요’ 수준의 할인율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원스쿨 ‘시원스쿨탭’

※ 추가 (2016/3/3 14:00) :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시원스쿨은 씨넷코리아에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일부 영업비밀이 포함된 내용은 생략하였습니다.

1. 시원스쿨은 다른 업체에 비해 기기 신뢰성과 A/S 용이성을 고려한 끝에 LG전자 G패드 7.0을 대상 제품으로 선택하였습니다.

2. 시원스쿨탭 가격인 59만 9천원에서 단순히 LG전자 G패드 7.0 가격인 17만원을 제한 가격을 강의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입니다.

3. ‘또한 해당 태블릿 가격을 모두 다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평생 수강이 가능한 기초 영어 콘텐츠를 마이크로SD카드에 넣어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추가 (2016/3/3 16:30)

씨넷코리아는 해당 반론을 검토한 결과, 기사 내용이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되어 해당 내용과 제품 사진을 삭제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위 단락 제목은 이 기사의 의도, 혹은 일부 내용과 관련이 없으며 단순히 사실 안내를 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YBM 마스터리 ‘갤럭시탭4′

YBM의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인 YBM 마스터리에서는 갤럭시탭4가 포함된 275만4천원 상당의 강의 패키지를 86% 할인해 39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함께 주는 갤럭시탭4 8.0은 오픈마켓 등에서 21~23만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400이 탑재되고 1.5GB RAM 메모리와 16GB 저장공간을 갖춘 제품이다. 39만9천원에서 태블릿 가격을 뺀 강좌료는 15~16만원 정도다. 여기에 교재를 3권을 얹어준다.

보급형 태블릿인 갤럭시탭4 8.0을 39만9천원 주고 산다고 생각하면 다소 비싼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학습 콘텐츠와 교재까지 주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구성으로도 여겨진다. 다만 원래 가격인 275만4천원에서 86%를 할인해서 39만9천원에 판다는 표현이 다소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든다.

게다가 YBM 마스터리 E900 II 강좌만 별도로 구매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그 콘텐츠 자체의 가격도 측정하기 어렵다. 차라리 영어학습 콘텐츠가 보강된 갤럭시탭4 8.0 YBM 마스터리 에디션의 가격이 39만9천원이라고 하는 편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그렇게 보면 오히려 싸다는 느낌보다 비싸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지만 말이다.

스피킹맥스 ‘아이패드 미니2′

스피킹맥스는 온라인 영어 교육 사이트인지 IT기기 판매 사이트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IT기기를 영어 강의 패키지에 묶어 판매한다. 현재 아이폰6, 갤럭시S6, 아이패드 에어2, 아이패드 미니2, 뉴 맥북 12인치, LG G패드 7.0 등의 결합상품이 있다.

그중에서 아이패드 미니2를 공짜로 준다는 패키지가 가장 눈길을 끈다. 16GB 와이파이 모델 기준 69만 8천원이다. 순수한 아이패드 미니2의 공식 가격은 36만원이며, 오픈마켓에서는 그것보다 2~3만원 정도 싸게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함께 포함된 어학 프로그램인 ‘마스터패스365’와 여러권의 교재가 더해지는데 홈페이지에 동일한 패키지는 없지만, 다른 패키지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어림잡아 약 4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원 플러스 원으로 이용 기간을 1년 더해주는데 이것 역시 별도로 구매하면 24만8천원이다. 여기에 미국인 영어학습 컨설팅 4회와 스마트폰 영어단어 암기프로그램 맥스보카 1년 이용권 등이 제공된다. 이들을 더하면 대략 아이패드 미니2의 가격이 빠지기는 한다. 심지어 이곳은 12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짜’라는 표현은 다소 과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들 교육 프로그램의 원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아이패드 미니2의 판매가격의 2배 가까운 돈을 받기 때문이다.

스피킹맥스에서는 아이폰6와 갤럭시S6도 판매하는데, 이 부분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교묘하다. 공시 지원금과 유통망지원금 15%를 모두 지원하고 여기에 케이스와 액정보호필름 까지 사은품으로 주면서 사실상 스피킹맥스 1년 자유이용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1개월 자유이용권이며 여기에 앱 설치후 1개월 유지시 11개월 자유이용권을 추가 제공하는 형태로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는 모습이다. 스피킹맥스 365일 이용권의 가격은 24만8천원이다.

결론 : 태블릿은 군만두가 아니다

이들 인터넷 강의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태블릿 증정, 공짜, 사은품’ 등과 같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원가를 측정할 수 없는 온라인 어학 프로그램에 함께 더해져서 판매되는 패키지에 가깝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별도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할 정도의 가격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증정품이 아니라 끼워팔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통 중국집에 배달 주문을 많이 하면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온다. 그만큼 이윤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군만두를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단골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짜장면 한 그릇만 시켜도 서비스로 군만두가 아닌 탕수육을 준다고 하는 중국집이 있다면 한번쯤 의심해 볼만한 일이다. 탕수육의 양이 지나치게 적거나 혹은 아주 값싼 식재료를 썼을 수도 있다. 상인은 웬만하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