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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95 출시 20주년 "이걸 대체 어떻게 썼지?"

국내에서는 확장완성형·PC통신 끼워팔기가 ‘말썽’

1995년 8월 24일,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95가 첫 선을 보였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년 전인 1995년 8월 24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으로 개발한 첫 운영체제, 윈도우95가 미국에서 첫 출시된 날이다. 도스(DOS) 상에서 실행되던 윈도우 3.1과 달리 처음부터 윈도우 환경으로 부팅되고 모든 프로그램과 문서를 한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시작 버튼’이 첫 선을 보였다.

복잡한 설정 없이 하드웨어를 꽂으면 작동한다는 ‘플러그 앤 플레이’, 32비트 전화접속 네트워킹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내세운 윈도우95는 출시 첫 5주만에 700만 개가 팔렸고 첫 해에만 4천만 개를 팔았다.

“그땐 이걸 어떻게 썼지?”

한국정보화진흥원(구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1996 국가정보화백서‘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 검색을 통해 살펴본 윈도우95 출시 당시 컴퓨터 하드웨어 환경은 다음과 같다.

▶︎ 프로세서 : 인텔 80486 DX2 프로세서가 고급형이었고 세상에 막 모습을 드러낸 펜티엄 프로세서는 부동소수점 오류때문에 말썽이 많았다. 작동 클럭은 60MHz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에나 쓰였다.

▶︎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 당시만 해도 1GB 제품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광대한 용량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클릭 한 번으로 용량이 무려 6천배나 되는 6TB 제품을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 SSHD나 SSD는 그 당시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제품이다.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는 등장 후 얼마 되지 않아 부동소수점 연산 오류(FDIV)로 몸살을 앓았다.

▶︎ 메모리 : PC 제조업체는 8MB 메모리를 새로운 표준으로 내세웠고 미래를 대비한 소비자는 8MB 메모리를 단 제품을 선택했다. 요즘은 그 천 배나 되는 8GB 메모리가 흔하다.

▶︎ 인터넷 접속 : 14.4kbps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28.8kbps 모뎀이 막 시장에 나온 시기였다. 당시 기준으로 이 페이지를 모두 로딩하는데는 1분 40초 가량이 걸린다. 요즘은 손 안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50Mbps 이상 초고속으로 각종 동영상을 다운로드한다.

▶︎ 모니터 : 해상도가 800×600 화소에 불과한 14인치, 혹은 15인치 CRT 모니터가 흔했다. 1024×768 화소나 되는 광대한(?) 17인치 모니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하는 전문가 뿐이었다. 미국 제니스 특허를 사들여 만든 LG전자 완전평면 모니터 ‘플래트론’은 1999년에야 등장했고 ‘HD’라는 말은 있지도 않았다.

2배속 CD롬 드라이브 한 대 값이 20만원을 넘었다.

(Photo courtesey of Recycledgoods.com)

▶︎ 보조기억장치 : 2배속(300KB/s) 전송이 가능한 CD롬 드라이브가 판을 치고 있었고 4배속(600KB/s) 전송이 가능한 제품이 막 등장한 시기였다. ‘차세대 영상매체’라던 DVD는 아직 표준도 안 정해졌었고 아이오메가(인수/합병을 거쳐 현재는 레노버EMC)가 출시한 이동식 저장장치 ‘집드라이브’가 얼리어댑터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3.5인치 디스켓도 여전히 흔하게 쓰였다.

▶︎ 입력장치 : 키보드와 시리얼 단자, 혹은 PS/2 단자에 꽂아 쓰는 볼마우스가 흔했다. 위아래로 굴려 화면을 넘길 수 있는 스크롤 휠이 달린 마우스가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는 호사가의 몫이었다. 320×240 화소로 화면을 입력받는 카메라와 영상 캡처보드에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을 들여야 했다.

마우스 안에 든 쇠구슬을 꺼내어 사람에게 던지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던 시절이다.

(Photo courtesey of Flickr user radempire)

윈도우95 한글판 “현재 시세로 50만원”

한편 윈도우95 한글판은 1995년 11월 28일 출시되었다. 업그레이드 버전은 11만원, 처음소비자용 패키지 제품은 27만 5천원에 판매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이용해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2015년 현재 각각 20만원, 50만 2천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윈도우95 국내 출시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윈도우95 국내 출시를 하루 앞둔 1995년 11월 27일 MBC 뉴스는 “윈도우95에 내장된 확장완성형이 한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를 소개한 매일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 기사.

(Printed article courtesy of NAVER News Library)

또 “PC통신 업체인 하이텔(현 KTH)이나 데이콤(현 LG유플러스)이 윈도우95와 함께 제공되는 MSN(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에 대해 끼워팔기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MSN 서비스가 인터넷 기반으로 완전히 전환했고 윈도우10이 모든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유니코드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먼 시절 이야기다.

윈도우95 한글판 CD-ROM에 담긴 소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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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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