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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USB-C 케이블이 내 PC를 노린다"

고장 막으려면 비표준 제품 피하고 상품평·제조사 확인해야

애플은 12인치 맥북에 USB-C 단자 하나만 달았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2014년 하반기 등장한 새로운 USB 단자, USB-C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단자 방향을 구분할 필요 없이 아무렇게나 꽂아도 잘 작동하고 USB 케이블 하나로 최대 15W에서 100W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초기에는 구글 넥서스6P, LG전자 G5 등 스마트폰이나 HP 엘리트 X2, 삼성전자 갤럭시 탭프로S 등 휴대용 기기에만 보급되었지만 이제는 일체형PC나 조립PC용 메인보드에서도 USB-C 단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 애플은 2015년 12인치 맥북부터 USB-C 단자 하나만 달았고 올 하반기 나오는 맥북프로에도 USB-C 단자가 들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샤오미는 USB-C 케이블을 바로 꽂아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내놨다.

“USB-C 케이블이 러시안 룰렛을 벌인다”

이렇게 USB-C 단자를 쓰는 기기가 늘어나며 직장이나 외부에서 쓸 용도로 USB-C 케이블을 추가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5년 상반기만 해도 USB-C 케이블을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옥션이나 G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에 등록된 관련 상품만 해도 2만 개가 넘는다. 가격대도 최저 4천원에서 최대 3만원까지 다양하다.

현재 판매되는 USB-C 케이블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양 단자가 모두 새로운 표준인 USB-C 타입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 쪽에 USB-A 단자를, 다른 쪽에 USB-C 단자를 쓴 것이다. 그러나 USB-C 단자와 USB-A 단자를 혼합한 케이블 중 결함을 가진 제품이 적지 않다.

이런 제품을 쓰면 어떤 문제가 벌어질까. 올 초 디버지 다이어터 본 편집장은 맥북에어에 품질이 떨어지는 케이블을 꽂아 스마트폰을 충전하다 USB 단자 하나를 고장내고 말았다. 구글 엔지니어인 벤슨 릉은 크롬북 픽셀에 내부 배선이 잘못된 케이블을 연결했다 USB-C 단자 두 개를 모두 고장내고 말았다.

USB-A – USB-C 케이블(왼쪽)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USB 표준 지키지 않은 제품도 부지기수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USB 표준 규격에 따르면 모든 케이블은 내부에 얼마만큼의 전류량을 끌어갈 것인지 알려주도록 저항이라는 전자부품을 넣어야 한다. 표준에서는 56kΩ(킬로옴)짜리 저항을 쓰라고 정해 놓았지만 일부 제조사는 이를 무시하고 더 낮은 저항을 써서 고속충전을 유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USB 충전기나 보조배터리, 혹은 PC에 달린 USB 단자가 충분한 전류량을 공급해 주지 못할 때 일어난다. 대부분의 USB 단자는 500mA에서 1A까지만 끌어다 쓸 수 있고 충전용으로 설계된 일부 단자는 2A까지 끌어다 쓸 수 있다. 하지만 잘못 만들어진 케이블을 꽂으면 3A 이상을 USB 단자에서 끌어 쓰려 시도하다가 USB 단자가 망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케이블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USB 규격을 주관하는 USB-IF(임플리멘터스 포럼)은 규격을 준수한 케이블만 USB 로고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들도 많다. 지금 가지고 있는 USB-C 케이블이 정상적인 제품인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상품평과 제조사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

이미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미국에서는 대형 판매 업체가 불량 제품 퇴출에 나섰다. 아마존닷컴은 USB-IF 표준을 따르지 않은 USB-C 케이블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국내 오픈마켓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규제나 검증과 관련된 움직임이 없다.

USB-C 초기 단계부터 여러 제품을 국내 시장에 출시해온 한국벨킨 관계자는 “인증받지 못한 USB-C 케이블이나 동글을 쓸 경우 기기 고장이나 화재, 폭발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픈마켓 상품평이나 제조사를 확인하고 믿을만한 업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속충전이 가능한 USB-PD 규격이 적용된 차량용 USB-C 충전기를 요구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벨킨이 곧 국내 출시할 차량용 충전기는 15W(5V 3A), 또는 27W (9V 3A) 등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물론 12인치 맥북도 고속 충전할 수 있다.

USB-PD 규격이 적용된 차량용 USB-C 충전기. 곧 국내 출시 예정이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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