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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이폰X을 기다렸던 사람들

23세 연습생, 19세 수험생, 현역 군인까지⋯그들에게 물었다.

애플 아이폰X이 24일 국내 발매됐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애플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텐)이 국내 출시된다. 일러야 연말이 되어야 나올 것이라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11월 말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리 끊어 놓은 항공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람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프리스비와 윌리스 등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샵도 24일 0시부터 아이폰X 현장 판매에 나섰다. 일찌감치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물량 부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아이폰X을 확실하게 구하고 싶다면 줄을 서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폰X의 가격은 지금까지 국내에 나왔던 아이폰과 차원이 다를 만큼 비싸다. 이동통신사 예판과 달리 13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기기값으로 한 번에 내야 한다. 과연 무엇때문에 길게는 19시간, 짧게는 6시간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일까. 각 리셀러샵의 1호 구매자에게 물어봤다.

23일 16:36분경, 프리스비 명동점

1등 대신 줄을 서고 있던 그의 정체는⋯

일찌감치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명동으로 향했다. 프리스비 명동점 옆에 있는 줄에는 소문대로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1등은 따로 있고 지금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답했다. 오후 6시나 넘어야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할 수 없이 다음 장소인 프리스비 강남점으로 향했다.

23일 17:28분경, 프리스비 강남스퀘어점

“어, 줄이 왜 없지?” (동공지진)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신논현역 인근 프리스비 강남스퀘어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아직 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6시간 뒤 이 곳에서 취재를 해야 할 자매 매체, 지디넷코리아 이은정 기자는 ‘그림이 안 나오면 어쩌죠’라며 연신 걱정한다. 그럴 리가 없다며 이은정 기자를 안심시키고 세 번째 목적지인 윌리스 신사점으로 향했다.

23일 17:52분경, 윌리스 신사점

“앗, 줄이 보인다”

오후 6시를 조금 앞두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선은 윌리스 신사점으로 향한다. 과연 몇 명이나 와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펴보니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맨 앞에 선 이에게 살짝 긴장하며 인터뷰를 청했더니 사진은 물론 신상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노출하기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짧은 머리, 눌러쓴 모자,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애환이다. 그는 바로 현역 군인이었다.

그는 11시에 먼저 와서 기다리던 친구와 오후 1시에 교대한 다음 계속해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2010년부터 아이폰4를 시작으로 아이폰5, 아이폰5s를 쓰다가 잠시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외도(?) 했던 그는 자주 듣는 음악을 정리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아이폰6s로 돌아왔다.

윌리스 신사점은 24일 0시부터 아이폰X 판매를 시작했다.

이동통신사의 아이폰X 사전 예약은 기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결국 아이폰X을 하루라도 빨리 써 보고 싶어서 이 곳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아이폰X는 10주년 기념작이고 스테레오 스피커가 향상되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 뒤면 모든 현역병들의 목표인 전역을 맞는다. 하지만 부대 안에서는 주말에만, 그것도 허가된 공용 스마트폰만 빌려 쓸 수 있다. 어렵게 줄을 서서 장만한 아이폰X이 눈 앞에 어른거리지 않을까. “휴가 나와서 쓰면 되죠”

23일 19:36분경, (다시) 프리스비 명동점

짐만 덩그러니⋯”이게 아닌데”

서울 대중교통 환승제도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혹한 일정이다. 애플워치는 오늘 운동량을 다 채웠다며 근래 보기 드문 칭찬을 한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 아래 명동역에서 내린 다음 끼니를 허겁지겁 해결하고 프리스비 명동점으로 향했다.

과연 이번에는 1호 구매자를 만날 수 있을까. 마침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1호 구매자를 만날 수 있었다. 23살, 연예기획사인 에잇디크리에이티브에서 연습생 생활중인 조재희씨다. 그러고보니 최근 몇 년간 프리스비 명동점의 1호 구매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프리스비 명동점이 문을 열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줄을 섰다는 그녀는 “오래전부터 연습생 생활하면서 힘든 것이 많았는데 아이폰X을 1번으로 사고 나면 연습을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재희씨의 요청에 따라 측면 사진만 찍었다.

그녀가 고른 기종은 스페이스그레이 256GB다. 2011년에 아이폰4S를 처음 쓰게 된 이후 음성 녹음이나 영상을 찍을 때 아이폰의 기능이 마음에 들어서 한 번도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꿔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쓰던 아이폰은 2016년 나온 아이폰7 플러스다. 매년 아이폰을 사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1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이라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연습생인 다른 친구들도 모두 아이폰을 쓴다고 한다. 친구들도 명동점에서 첫 번째로 아이폰을 산다는 그녀의 계획을 듣고 ‘대단하다’고 평가했다고. 또 사촌오빠가 와서 고생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그에게 ‘안 미워요?’라고 묻자 ‘돌아가는 길에 혼낸다’고 답했다).

23일 20:45분경, (다시) 프리스비 강남스퀘어점

이 줄을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제품 출시 현장에서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림’이다. 주목받고 있는 제품인데도 사람들이 전혀 줄을 안 섰다거나, 혹은 예상과 다른 풍경을 보게 되면 적잖이 당황한다. “제발 줄을 서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신논현역 5번 출구를 나선다.

아, 다행이다. 세 시간 전에 왔을 때와 달리 벌써 20명 가까이 줄을 서 있다. 이번에도 조심스런 마음으로 맨 앞에 서 계신 분에게 여쭈어보니 ‘아들 대신 줄을 서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대에 차서(?) 1호 구매자를 기다리는 사이에 줄이 점점 늘어간다.

처음에는 20명 남짓이던 줄이 그 두 배로 늘어나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 나와 있던 프리스비 관계자는 “줄을 서 있는 광경을 계속해서 공식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귀가하던 직장인들이 줄을 보고 “어, 오늘이에요?”라며 황급히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는 사이에 드디어 1호 구매자, 송주현씨가 도착했다. 오늘(23일) 2018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신도림으로 가서 노트북을 사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수능 시험이 작년과 비슷하게 어려웠지만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강남스퀘어점 1호 구매자, 송주현씨.

그는 2014년 아이폰6를 샀다가 도난당한 후 팬택 베가 아이언2 등 구형 스마트폰으로 버티다가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이폰X 스페이스그레이 256GB를 사러 왔다고 했다. 원래 컴퓨터쪽에 관심이 많았고 웹 개발도 곧잘 하는데다 대학교에 진학하면 모바일 앱 개발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폰X 용도도 남다르다. “주로 개발 공부하는 데 쓸 거 같아요. X코드로 만든 앱을 올려서 테스트하고요. 제가 한국식 RPG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데 외국산 고성능 게임을 돌리는 게임 머신으로 쓰지 않을까요?”

기다리는 사람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아이폰에 대해서도 제법 날카로운 평가를 내놨다. “iOS 11에 들어오면서 기존 애플 이용자들이 싫어할 정책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알림센터에서 와이파이도 바로 안 꺼지고요. 사진만 해도 아이폰7은 악평이 많았는데 이제 ‘비정상의 정상화’가 된 것 같아요. 다른 스마트폰도 사진 기능이 좋지만 인물 사진이나 인물 조명 기능이 사용자 친화적인 시도 같아요.”

그런 그에게 아이폰X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해 넌지시 물어봤다. “제가 지금까지 삼성 기기도 좀 써 봤는데 번인 현상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불안하지는 않고 강한 믿음으로(?) 버텨 보려고 합니다”

23일 21:53분경, (다시) 윌리스 신사점

21:53분경 윌리스 신사점.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서둘러 윌리스 신사점으로 향한다. 횡단보도 너머로 보이는 줄이 제법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크다면 큰 문제가 생겼다. ‘그’가 사라졌다. 제대가 6개월 남았다던 그가.

급히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저도 그 분은 기억하는데 어디로 가셨는지 안 보이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인터뷰가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23일 23:36분경, 윌리스 신사점

눈발이 점점 거세진다.

23시가 되자 커피 값으로 자리와 와이파이를 빌릴 수 있는 코피스족의 낙원, 윌리스 신사점 2층의 스타벅스도 문을 닫는다. 떠밀리듯 노트북을 챙겨 바깥으로 나왔다.

오늘의 최종 종착지는 윌리스 신사점이다. 그런데 한 시간 전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문제가 등장했다. 바로 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발이 점점 거세진다. 부쩍 늘어난 대기 인원의 머리에, 어깨에 눈이 계속해서 쌓여간다.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던 게 무척 후회된다.

바깥에서 근 40분 가까이 눈과 추위에 떨다가 개점 5분 전(23일 23:55분경)에야 가까스로 윌리스 신사점에 입장해서 자리를 잡는다. 종이 타월로 머리와 코트에 쌓인 눈을 떨어내고 카메라에 스며든 녹은 눈도 떨어낸다. 스탠바이, 오케이.

이윽고 ‘진짜’ 1호 구매자가 들어선다.

직원들이 일제히 줄을 서서 박수치고 환호하는 사이로 ‘진짜’ 1호 구매자가 들어섰다. 그 뒤를 이어 추위와 눈에 시달렸던 대기자들이 일제히 몰려들어온다. 1등부터 5등까지는 기념 촬영도 있다.

입장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 후 첫 아이폰 구매를 마친 그, 김성준씨(24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순간이 제일 긴장된다. 다행히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23일 12시에 두 번째로 줄을 섰던 그는 1호 구매자가 된 소감을 묻자 “좀 얼떨떨하지만 좋다”고 답했다.

그 역시 2009년 국내 첫 출시된 아이폰3Gs 이후로 줄곧 아이폰4, 아이폰5, 아이폰7 플러스에 이르기까지 줄곧 아이폰만 써 왔다. “처음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정이 많이 가고 고집 같은 것이 있다. 이번에 산 아이폰X는 2019년 쯤 교체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윌리스 신사점 구매자들의 기념촬영.

아이폰X을 고른 이유는 의외로 ‘디자인’이다. “남들은 별로라고 하는데 저는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도 있어요. 얼굴 표정에 따라서 움직이는 애니모지가 제일 신기해 보여서 기대됩니다”

그는 실버 64GB를 골랐다. “원래 저용량 아이폰만 계속 써와서 고용량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영상을 많이 찍지도 않고요. 사진때문에 용량에 압박이 오면 맥이나 아이클라우드 사진보관함으로 옮기고 음악은 스트리밍(멜론)으로 해결해요”

주위 사람들의 스마트폰 비율은 안드로이드 대 아이폰이 7:3이다. 아이폰 비율이 제법 높다. 그런 그가 아이폰X을 보여주면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다. 귀찮지는 않을까. “친구들도 사려는 애들이 꽤 있어요. 사게끔 동기를 만들어줘야죠.”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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