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순교(殉敎)'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말한다. 시대마다 종교에 대한 탄압이 있어왔던 가운데, 순교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는 세속의 풍파에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시금 바로잡게 만든다.
하지만 목숨을 바친 종교인들만 순교자가 아니다. 죽지만 않았지 매순간을 죽음의 위협 앞에 맞닥뜨리며 살아온, 그리고 죽을 각오로 신앙생활을 해온 '산 순교자' 또한 순교자의 반열에 마땅히 올라야 할 것이다.
■ 박해를 피해 자리잡은 '자생적' 신앙 공동체
산 순교의 정신으로 모든 사람의 본이 되어 살아야 하는 것이 제대로 신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 할 것 같으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풍수원성당'을 꼭 들러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강원관광재단 '네이처로드' 기자단 초청 팸투어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풍수원성당은 1802년 신태보 베드로 복자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가 박해를 피해 횡성에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공동체다.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으로 고향을 떠난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두메산골 풍수원으로 모여들어 점점 큰 촌락을 이뤘다.
신자들은 80여 년간 성직자 없이 공동체를 이뤄, 화전을 일구거나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하며 믿음을 지켜나갔다.
■ 신앙의 자유, 그리고 정규하 신부의 정절
이후 조불수호통상조약에 따라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자, 1888년 6월 20일 본당으로 설정됐다.
프랑스 성직자 르메르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해 초가 사랑방에서 첫 미사를 드린 후, 1896년 우리나라 세번째 사제로 서품받은 정규하(아우구스티노) 신부가 2대 본당 신부로 부임한다.
47년 동안 신자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군 정규하 신부는 서슬퍼런 일제 치하에서 당당하게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신앙의 정조를 지켜낸다.
일본 순사도 함부로 못 건드렸던 그의 올곧은 모습은 후대에 귀감이 됨과 동시에, 오늘날 신앙세계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