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황진영 기자)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이 공동 창립한 ‘월드코인(Worldcoin)’이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식 출시됐다.
월드코인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 이하 TFH)’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At Last’ 발표 행사에서, 자사의 생체 인증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를 미국 전역에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홍채를 스캔해 고유한 디지털 신분증인 ‘월드 ID’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원 인증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람과 기계의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 프로젝트는 ‘진짜 사람’임을 '인증'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동안 미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 규제에 대한 우려로 정식 출시가 미뤄져 왔다.
회사는 이번 미국 진출을 계기로 애틀랜타,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내슈빌,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 6곳에 홍채 스캔 장치 ‘오브(Orb)’를 설치하고 일반 사용자 등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오브를 통해 홍채를 스캔하면, 암호화된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고유한 '디지털 ID'를 발급받게 된다.
한편 월드코인은 5월 1일부터 미국 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등에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월드코인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케냐, 인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왔으며, 현재까지 100개국 이상에서 1,200만 명 이상이 월드 ID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 홍채 스캔 장비를 통한 시범 등록이 이뤄진 바 있다.
TFH는 이날 소형 인증 장치인 ‘오브 미니(Orb Mini)’도 함께 공개했다. 기존 오브 장치는 볼링공처럼 둥글고 큼직한 형태로, 설치 장소가 제한되고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비해 오브 미니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생겼으며 휴대성을 대폭 개선한 형태로, 일상 공간에서도 활용이 매우 편리하도록 제작됐다. 알렉스 블라니아 TFH CEO는 “오브 미니는 인증 확장성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으며, 마치 우버와 같이 오브 미니 사용자들을 연결하고, 수억 명에게 디지털 신원을 제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TFH는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월드 비자 카드(World Visa Card)’를 연내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월드 카드는 월드 앱과 연동돼 사용자가 월드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를 비자 가맹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더해 월드코인은 데이팅 앱 틴더(Tinder)를 운영하는 매치 그룹(Match Group)과의 협업도 발표했다. 일본에서 먼저 시범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오브를 통해 신원을 인증하면, 데이팅 앱 내에서 ‘실제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증 기능은 향후 매치 그룹이 운영하는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대될 계획이다.
샘 알트먼은 이날 행사에서 “AI가 사람처럼 행동하는 시대에는,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수”라며 “월드코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신뢰 기반 인프라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TFH의 전략적 시각도 공개됐다.
TFH에서 월드 ID 책임자로 재직 중인 아제이 파텔(Ajay Patel)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국은 중요한 시장으로, 유틸리티가 커지고 파트너십이 확대됨에 따라 사용자 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월드 렌딩’ 등 보다 구체적인 서비스 수요도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의 경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고, 모바일 기반 인증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 금융·기술 허브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산업도 세계적으로 발달해 있어 월드코인의 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 잠재적 활용처가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향후 월드코인의 생체인식 기술 확산에 있어 중요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