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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지 선수가 말하는 육상, 그리고 가야 할 길

미녀 스프린터 신드롬 넘어 대한민국 육상 발전 힘쓴다

김민지 선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올해 103회째를 맞는 전국체육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진천종합운동장에도 대회를 준비하는 열기와 숨소리가 가득하다.

육상계의 카리나로 불리는 진천군청 육상 실업팀 김민지(26·여) 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컨디션 조절에 힘쓰고 있었다. 아킬레스건 치료 중이라 격한 강도의 연습을 최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필드에서 뛰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다.

최근 SNS와 유튜브 열풍을 타고 유명해졌음에도 김민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각종 계약과 후원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자신뿐 아니라 진천군청 모든 동료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비인기종목인 육상이 자신을 통해 인기종목으로 발돋움하고, 많은 꿈나무가 육상에 도전하기를 간절히 외치고 있다. 육상여신 신드롬을 넘어 대한민국 육상계 발전에 큰 획을 긋기 위해 힘쓰는 김민지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민지 선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대한민국 육상계의 현실을 걱정하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 요즘 미녀 육상선수로 유명해지신 소감은?

사람들이 열광할 정도로 예쁜가 싶은데,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육상이 비인기종목인데다 선수층은 갈수록 얇아지는 추세라 걱정이 많이 되는데,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렇게 조명해주면 육상이 많이 알려지겠고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겠죠?

■ 유명해질수록 시기나 질투도 많아졌을텐데. 

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갑자기 몇 배로 뛰니, 이를 보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또 방송에 많이 나가게 되고 하니 연예인 병 걸렸냐는 이야기도 들어요.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육상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에요. 또 저뿐만 아니라 동료분들도 주목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요.

■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한 것 같다.

유명 회사나 에이전시에서 각종 제안이 들어오면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포함해달라고 말해요. 후원하는 유니폼에 마크를 단체로 달면 더 홍보 효과가 크지 않냐?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또 협찬받게 되면 해당 물품들을 동료들에게 나눠주죠.

■ 진천군청 소속 선수들은 총 몇 명인가?

저를 포함 여자 넷, 남자 넷이에요.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게 되면 계주에서 큰 피해를 보게 되죠. 그렇기에 대회에 임할 때 상당한 책임감으로 뛰게 됩니다. 저번 7월 고성통일 전국실업 육상경기대회와 8월 충북도민체육대회 때 아킬레스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 뛰었던 게 생각나네요.

■ 아킬레스건이 상당히 안 좋다고 들었는데.

고성 시합 때 정말 아팠어요. 뛰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참에, 뛰면 메달이라는 말에 아픔을 참고 뛰었죠. 전국체전에 나가려면 허들 기록이 필요해서, 연습도 제대로 못 한 상황서 뛰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성적이 잘 나왔어요. 그 대회에서 메달 4개(1,600m 혼성계주와 여자 1,600m 계주 1위, 여자 400m 2위, 여자 400m 허들 3위)를 땄는데, 관중들이 엄청나게 환호해줬어요. 아킬레스건과 인기를 맞바꿨다고 할까요? 

■ 병원 치료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충북도민체육대회에 나간 것인가? 

너무 아파서 감독님이 개인전은 뛰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어요. 대신 출전한 동료가 1등을 해서 마음의 짐을 한껏 덜었죠. 그리고 대회에 참가한, 그리고 관람하는 모든 분이 저를 알아봐 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기에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최대한 아픔을 참고 계주를 뛰었고, 끝나고는 어기적어기적 걸어갔습니다.

진천군청 동료들, 그리고 육상의 인기를 위해 아킬레스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김민지 선수는 회고한다.

■ 높은 기량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저는 육상을 시작하면서 항상 저 자신에게 메시지를 던져왔어요. 바로 "너 여기서 끝날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이죠.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아깝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싶은 마음으로 매사에 임합니다. 대학교 때 잘 뛰었음에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계속 외쳐왔고, 그것이 실업팀에 가서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비결이 아니니까 싶네요.

■ 대회를 준비하거나 나갈 때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임하는지 궁금하다.

저는 시합 전까지 아무 생각을 안 해요. 저 자신을 믿고, 미래의 저한테 맡깁니다.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재밌는 생각과 이야기로 커버하죠. 시합 날 동료 언니들에게 수다를 많이 떱니다. 시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 지난 3일 대전 이글스파크서 진행한 시구는 얼마나 연습했는가?

여성들이 시구할 때는 보통 마운드보다 한창 앞에서, 포수가 앉은 홈 플레이트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게 하죠. 처음에 대충 던졌는데 생각보다 세게 잘 던진다고 느꼈는지, 다음부터는 투수 마운드 정 위치에서 던지게 하더라고요. 한 다섯 번 정도 던져봤는데 포수한테 제대로 갔던 게 딱 한 번이어서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전형 선수죠. 본 시구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제대로 찔러넣었습니다.

■ 코로나19로 대회가 없는 기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궁금하다.

아킬레스건이 몇 년간 계속 안 좋았던 저로서는 컨디션 조절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어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계속 유지하니, 제가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부심도 계속 가지게 되고 말이죠(웃음). 

■ 전국체전을 앞둔 시점에서 훈련 스케줄이나 식단이 궁금하다.

평상시에는 훈련량이 엄청 많은 데 반해, 체전 전에는 강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기록 체크 나 웨이트 보강을 주로 하죠. 저는 평상시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탄산을 좋아해서 평소에 많이 마시는데, 시합 전에는 탄산을 끊어요. 코치들이 제가 탄산음료 마시는 것을 보면 운동한 거 다 없어진다고 계속해서 지적하니 더욱 그 부분을 신경 쓰게 됩니다.

■ 전국체전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려 합니다. 지금은 병원에 왔다 갔다 하며 아킬레스건 치료받고 있는데, 대회 끝나고 나면 서울로 올라가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죠. 그래야 35살, 40살까지도 뛸 수 있지 않겠어요?

김민지 선수는 인기 많은 미녀 스프린터를 넘어 육상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 육상 관계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한다.

아주 바쁘시겠지만, 현장을 자주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실제 훈련하는 모습을 보시고 더욱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육상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수명이 짧습니다. 특히 여성 선수들의 경우는 서른 넘기면 쉽지 않죠. 은퇴하면 대부분은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독자들에게 육상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운동의 기본은 육상입니다. 나중에 다른 종목으로 가더라도 처음에 육상을 하면 자신의 신체적 재능을 빨리 깨우칠 수 있죠. 또 다른 스포츠에 비해 늦었다 싶은 타이밍에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도전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한다.

트랙을 뛰다 보면 정말 재밌는 순간들이 많아요. 초반에 뒤처지는 것 같다가도 앞의 선수들이 가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구나 싶죠. 더욱 자신감을 얻어 앞선 주자들을 하나씩 잡게 되고, 관중들이 제 이름을 외쳐줄 때의 그 희열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육상 정말 재밌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경기장에도 많이 오셔서 이러한 다이내믹한 모습을 맘껏 느껴주셨으면 좋겠네요.

김태훈 기자ifreeth@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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