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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림의 비틀즈, 공연의 비틀즈

사랑과 우정 사이, 그리고 표현의 확장

비틀즈의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있어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

(씨넷코리아=김태훈 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10월말 저녁, 서울 JCC아트센터는 '비틀즈(Beatles)'의 열기로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틀즈 멤버들의 공연 모습이 필자를 반긴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필자를 향해 무언가를 외치는 것만 같다.

또 옆에는 존 레논의 연인 오노 요코가 자리잡고 있다. 분위기가 묘하다. 뭔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재즈 연주가이자 화가로 데뷔한 기타리스트 김정식 교수가 조용히 다가와 이야기한다. 그가 특별히 좋아했던 존 레논, 그리고 오노 요코의 전위 예술이 그에게 미친 영향과 폴 매카트니와의 애증의 관계에 대해서.

김정식 교수와 비틀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그 자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필자를 [Love] 작품으로 인도한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랑을 노랑, 파랑, 빨강의 세 가지 원색만을 사용해 고양이와 두 사람이 편안하게 산책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자유분방한 포스트모더니즘을 예술로 승화시켰던 오노 요코의 영향이 없었으면, 상당한 아나키스트적 느낌의 'Imagine'은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John & Me] 작품으로 다가간다. 입체파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한 몸에서 등을 지고 있는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가 서로 우울하면서도 애잔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Duo], [Music By John & Paul] 그림에서도 그런 두 사람의 상대적이며 또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림에도 연주에도 김정식 교수는 항상 열정적이다.

무언가 모를 복잡한 표정을 머금는 김정식 교수는 이 둘에 대해 "흑인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존 레논의 블루스적인 사운드와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를 선보였던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의 색채감을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비즈니스 문제와 사적인 갈등으로 생긴 미묘한 애증 관계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자신만이 느꼈던 비틀즈를 여러 버전으로 표현한 김정식 교수는 어느덧 기타를 든 연주자가 되어있었다. 비틀즈의 음악세계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버전을 공연으로 선보인 그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진다.

'Come together'는 물론 잔잔하디 잔잔한 'Yesterday'조차도 격정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틀즈의 열정이 피부에 확 와닿는 것은 필자뿐일까?

음악에 끼쳤던 미술의 영향을 자신의 음악과 접목시켜 새로운 예술형태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행보를 응원하며, 쌀쌀해지는 가을 밤길 'The long and winding road' 휘파람 불며 걸어간다.

김태훈 기자ifreeth@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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