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황진영 기자) 구글이 미국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핵심 사업부 매각은 피했지만, 독점 계약을 통한 시장 지배 전략은 제동이 걸렸다.
미 연방지방법원 아미트 메타 판사는 3일(현지시간) 판결에서 구글에 크롬 웹 브라우저 매각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구글은 애플, 모질라, 삼성 등과 체결해온 독점적 검색 계약을 금지당했으며, '적격 경쟁사'와 제한된 검색 데이터 및 사용자 상호작용 정보를 공유하도록 명령받았다. 반면 광고 판매와 직결되는 가장 가치 높은 광고 데이터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2020년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사상 첫 검색 독점 소송에 대한 구제 조치다. 당시 법원은 구글이 고가의 계약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기기에서 자사 검색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광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사건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요구"로 일축했다. 현재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69% 점유율을 차지하며, 구글에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 리앤 멀홀랜드는 판결 직후 블로그를 통해 "법원이 크롬과 안드로이드 강제 매각이 소비자와 파트너사에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인정했다"며 "경쟁사와 데이터를 공유하라는 명령이 사용자 프라이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구글에 유리한 결과로 평가한다. 구글은 검색과 광고에서 매출의 대부분을 창출하며, 유튜브와 안드로이드 등도 보유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다. 글로벌스탯츠에 따르면 구글은 현재 온라인 검색 시장의 점유율 약 90%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검색량은 20% 증가했다.
다만 AI의 부상은 구글의 시장 지위에 새로운 도전으로 꼽힌다. 주간 7억 명 사용자를 확보한 챗GPT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2025년 3월 기준 구글의 검색량은 여전히 챗GPT보다 373배 많았다.
한편 올해 초 별도의 사건에서 구글은 온라인 광고 경매를 자사에 유리하게 운영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구글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중대한 구조적 개편"을 요구했으며, 광고 시장에서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들지는 못했으나, 향후 AI 기반 검색과 광고 시장 경쟁에서 구글이 직면할 구조적 도전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